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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절차도 간소화…100년 만에 바티칸 외부 안장
장례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며,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 집전한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장례 미사는 수석 추기경이 주례했던 관례에서 벗어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주례한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2013년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퇴위했기 때문이다.
후임 교황과 전임 교황이 공존하는 유례없는 '두 교황'의 시대였기에 근대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례했다.
장례 미사에 앞서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M'자만 새겨진 소박한 목관이 광장 야외 제단으로 운구된다. 관 위에는 성경을 펼쳐서 올려놓는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간직된다.
◇ 교황, 장례 미사도 소탈하게…삼중관 대신 목관 하나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는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라는 입당송(入堂頌)으로 시작한다. 이어 기도와 성경 강독이 이어진다.
레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마지막 축복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장례 미사가 끝날 무렵 레 추기경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며 고별 의식을 마무리한다.
이후 성가대와 신자들이 라틴어로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베드로의 후계자로 교회의 목자가 되게 하신 자비로운 프란치스코 교황을 당신 말씀의 용감한 설교자요, 하느님 신비의 충실한 봉사자로 삼으소서"라고 말한다.
이후 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천사가 그대를 천국으로 인도할지니, 순교자들이 그대를 맞아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으로 인도할지니"라고 노래하면서 장례 미사는 마무리된다.
수많은 신자는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라고 외치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경의를 바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장례 미사를 마친 뒤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지만,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의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함에 따라 이 과정이 사라졌다.
개정된 장례 예식서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소박한 목관 하나에만 안치된다.
이는 생전 "품위 있으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간소화된 장례를 원한다"고 밝혀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으로 바뀐 것이다.
교황전례원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례 예식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며 "교황은 새로운 장례 규정을 통해 교황의 장례식이 이 세상의 권력자가 아닌 그리스도의 목회자이자 제자의 장례식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안식처는 생전 애정 깊었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대부분의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 안장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로마의 관문 기차역인 테르미니역 인근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선택했다.
로마 4대 성전 가운데 하나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로마에서 성모 마리아에 봉헌된 최초의 성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사목 방문 전후에 늘 이 성당을 방문해 성모에게 기도하고 은총을 구해왔다.
숨을 거두기 불과 9일 전인 지난 12일에도 부활절 주간의 시작을 기념해 이곳을 찾아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12월 자신의 사후 안장지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지목하면서 "교황직에 오르기 전 일요일 아침이면 항상 그곳에 가서 잠시 쉬곤 했다. 아주 큰 인연이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교황은 생전에 자신의 안식처를 직접 지정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제외한 역대 교황 265명 중 148명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됐다. 나중에 이장된 교황을 제외하면 현재는 총 91명의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 잠들어 있다.
역대 교황 중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곳에 안치된 교황은 1903년에 선종한 레오 13세가 마지막이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는 7명의 교황이 잠들어 있다. 교황들 외에도 성 베드로 광장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 등 여러 유명인의 유해도 이곳에 안치됐다.
이에 따라 장례 미사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운구 행렬이 로마 시내를 가로질러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향하게 된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약 6㎞ 경로라고 소개했다.
대성전에 도착하면 마지막 기도와 성수 예식이 이뤄진 뒤 관은 최종 안치될 장소에 안장된다.
◇ 트럼프 등 세계 정상들 총집결…25만명 인파 몰린다 '경비 비상'
교황청은 장례 미사 다음 날인 27일부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례 미사가 모두 끝나도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기간을 갖는다. 이에 따라 5월 4일까지 매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추모 기도회가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찰스 3세 국왕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도 모인다.
교황청은 50명의 국가 원수와 10명의 군주가 교황의 장례 미사 참석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한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이 사절단원으로 동행한다.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홍보국장인 임민균 신부 등이 한국 천주교 조문단으로 참석해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는 세계 각국 사절단을 비롯해 가톨릭 신자 등 최대 25만여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교황청과 로마시는 경비를 한층 강화했다.
또한 멀리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지켜볼 수 있도록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뿐만 아니라 바티칸 일대의 대로에도 대형 스크린을 설치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단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문을 걸어 잠그고 비밀투표를 통해 차기 교황을 선출한다. 콘클라베 첫날을 제외하면 매일 두 차례씩 진행된다. 투표는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changy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