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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캐릭터 직접 그려 홍보…지역 랜드마크 꿈
[※ 편집자 주 = 연합뉴스는 농협중앙회와 함께 4월 25~27일 사흘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2025 와이팜 엑스포(Y-FARM EXPO)'를 개최합니다.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한 농촌 일자리 정보와 귀농귀촌 성공 모델 및 지방자치단체별 귀농귀촌 정책을 제공하는 자리로, 올해는 88개 지방자치단체와 35개 기관·기업이 참가합니다. 연합뉴스는 귀농귀촌의 성공사례로 뽑혀 박람회에서 '2025 청년농업인 대상'을 받은 청년 농업인 8명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담양=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MZ 농부의 취미는 K-POP 댄스, 수영, 피아노"
오수빈(31) 씨는 불어불문과 대학생이다. 수업은 모두 들었지만, 농사일이 바빠 졸업논문 등을 미룬 탓에 아직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어에 관심이 있어 유학까지 다녀오는 등 '파리지엔'을 꿈꾸는 프랑스어 문학도였으나, 우연히 만난 딸기와의 인연에 사로잡혀 인생의 경로가 바뀌게 됐다.
2017년 오씨의 딸기 농사 귀농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광주에 살던 오씨는 어머니와 함께 근교 전남 담양군에서 딸기 농사를 짓던 지인의 일손을 돕다가 딸기 농사에 푹 빠졌다.
담양으로 이사해 토경재배로 딸기를 키울 땅을 임대하고, 비닐하우스도 인수해 손에 흙을 묻히고 발을 고랑에 담갔다.
농산물 브랜드화가 한창이던 분위기를 타 평소 취미로 하던 그림 실력을 살려 오씨와 닮은 '딸기요정' 캐릭터를 만들고, 딸기요정이 키우는 딸기를 귀엽게 그려 '땍이(땍땍거리는 딸기)'라고 이름 붙였다.
딸기 농장의 이름도 고대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아틀리에(atelier)'에서 착안해 '딸기 공방'으로 지었다.
농사라는 게 농작물을 제 몸보다 아끼고 보살펴야 결실을 볼 수 있기에 딸기가 콧대를 세우고 으스대는 모습을 묘사해 캐릭터화했다.
딸기요정과 땍이는 딸기공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의 웹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오씨가 직접 그리고 글을 적어 책자로 만든 농사일지에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귀농 후 오씨는 인생의 반려자 최준환(30) 씨도 청년 농부들의 모임에서 만났다.
함께 딸기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로 다짐한 오씨 부부는 딸기 농장을 합치고 딸기 농장, 육묘장, 텃밭 등을 총 6천㎡ 운영하고 있다.
결혼식까지 미뤄 뒤늦게 하는 등 딸기에 매진해 살던 오씨는 농부로서 나름의 철학과 고집도 키워가고 있다.
몸이 편하고 수확량을 높이려는 시도로 딸기 수경재배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오씨는 토경재배가 더 향기롭고 달디단 딸기를 손에 쥐게 한다고 생각해 오늘도 좁은 고랑에서 딸기 수확을 위해 허리를 수백번 굽힌다.
농사를 함께 할 남편이라는 동지가 생기면서 오씨는 딸기 수확 체험 농장도 운영 중이다.
체험 참가자별로 이용요금을 받으며 딸기 수확량을 놓고 고객들과 옥신각신하기 싫어 통 크게 1㎏당 체험농장 이용 요금을 받자 주변의 입소문이 타 농가 소득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체험농장을 찾는 이들에게는 딸기요정과 땍이가 등장하는 농사일지로 딸기 농사를 소개하기도 한다.
오씨의 꿈은 농장을 키우고 확대해 체험 카페를 그럴듯하게 만들고, 다른 청년 농부들과 농산물 판매장도 운영하는 것이다.
오씨의 딸기 공방을 담양의 상징적 공간으로 키워보고 싶은 젊고 큰 꿈을 품고 오씨는 오늘도 딸기를 한 아름 안고 매일 농업일지를 기록한다.
오씨는 25일 "딸기 농사를 지으려 귀농하고, 청년 농부들과 교류하며, 지방소멸 위기인 시골에서 가족까지 꾸려 꿈을 키우는 MZ 농부에게서 어떤 희망이 보여 수상자로 선정된 것 같다"며 "지금 농사짓는 곳을 더 가꾸고 발전시켜, 여기에 청년 농부가 살고 있다고 알릴 수 있는 담양의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