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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지배력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70%에 달하던 세계 외환보유액 내 달러 비중이 현재 58%로 감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달러 기반 금융제재가 '달러의 무기화'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등은 자국 통화 결제를 확대하고, 브릭스(BRICS) 국가들은 탈(脫)달러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암호화폐의 등장도 달러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달러 중심의 통화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당장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유로화는 유럽연합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재정 격차 문제를 안고 있으며, 위안화는 환율 통제와 자본시장 개방 부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기축통화는 단지 경제 규모나 교역량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법치주의, 군사력, 금융 인프라에 대한 국제적 신뢰 등 다층적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선택받는 통화는 달러라는 사실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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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