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족 행사가 있어서 차를 끌고 나왔는데 잠실새내역 사거리, 잠실역 사거리, 종합운동장 사거리까지 싹 다 통제된 거 실화인지요?…매번 마라톤할 때마다 이 일대 주민들 피해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잠실 한 아파트 입주민 카페에는 그날 열린 '2025 서울마라톤대회'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가에서 10분이면 오는 길을 돌고 돌아 40분 걸려 왔다", "반나절을 오도 가도 못하게 하고 자기들끼리 좋단다. 단체소송감 아니냐"는 등의 분통 섞인 댓글이 쏟아졌다.
완연한 봄날,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마라톤대회가 주말마다 줄을 잇고 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42개, 2021년 43개였던 서울 내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는 2022년 70개, 2023년 96개에서 2024년 1주일에 2개꼴인 118개로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러닝 애호가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의 경우 4월에만 총 19건의 대회가 열릴 예정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5건이 늘었다. 일요일인 이날도 '2025 서울하프마라톤대회'가 열려 광화문광장부터 여의도공원, 상암 평화광장 구간의 도로가 순차적으로 통제된다.
문제는 주요 마라톤 코스가 매번 비슷하다는 점이다. 잠실 일대나 여의도, 종로, 광화문 등이 대표적이다. 주말 오전 특정 지역 주민이나, 특정 지역을 지나가야 하는 시민들은 일방적·반복적으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잠실에 사는 윤모(42)씨는 "따로 공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주 길에 붙은 교통통제 현수막을 보고 아는 게 전부"라며 "언제까지 그냥 참으란 이야기냐"라고 했다.
일각에선 마라톤 대회 참가비 등 수익은 주최 측이 가져가면서, 대회로 생기는 각종 비용은 공공이 부담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주민들은 교통 통제뿐 아니라 경적·휘슬 소리 등 소음,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 방뇨 등 유무형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라톤 대회는 일종의 '문화 행사'로 집회와 달리 경찰 신고 대상은 아니다. 경찰은 통행량이 적은 주말 오전 개최하도록 하고, 구간별로 순차 통제를 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화문 광장이나 올림픽 공원처럼 최대 수만 명에 이르는 다수 인원이 달릴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라 뾰족한 대책은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민의 온라인 민원창구인 '응답소'에는 "도로 점용 허가 시 불편 유발에 비례한 부담금을 매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yulri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