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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차가 운전의 재미가 있다고?" 이런 게 일반적인 상식일지도 모른다. 얄팍한 상식을 보기 좋게 깨뜨친 차를 만났다. 주인공은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크라운은 토요타 최초의 양산형 플래그십 승용차로 1955년 첫 출시 이후 변화를 거듭했다. 현재는무려 16세대 모델이다.오랜 세월 브랜드가 유지된 점과 16번의 큰 변화를 거치면서 갈고 닦은토요타의 대표 모델인 만큼 기대감을 안고 시승에 나섰다.
16세대부터 크라운은 단일 모델이 아닌 최상급 서브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한다. 크라운 이름으로 크로스오버, 스포츠, 세단, 에스테이트 총 4가지의 모델이 다른 스타일로 출시됐다. 국내에는 아쉽게도 크라운 크로스오버만 나왔다.
2.5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적용한 기본형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과 2.4리터 터보 엔진을 적용한 신형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2가지 파워 트레인이 있다. 시승차는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새롭게 적용된 왕관 엠블럼이다. 토요타 엠블럼 대신 크라운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토요타의 새로운 디자인 시그니처인 헤머헤드를 적용한 전면부는 첫인상이 날렵하다. 예전 토요타의 간결하고 단정한 느낌에 세련미를 더했다.
디자인 특징은 측면에 있다. 전통적인 3박스 세단 디자인에서 벗어나 루프라인이 트렁크 리드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저 지상고를 높였다. 클래딩을 블랙 유광 재질을 도입해 세단과 SUV의 특징을 동시에 가져갔다.
휠 또한 21인치의 대형 사이즈에 투톤 컬러를 적용해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강조했다.후면은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얇은 수평형 LED 테일램프를 좌우를 가로질러배치했다. 두툼한 후면부에 얇은 테일램프 라인이 적용돼색다른 비율을 연출한다.
조금은 파격적인 디자인이 적용된 외관과 달리 인테리어는 무난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대시보드 형상이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12.3인치 센터 모니터를 상단에 배치해 운전 중 시인성은 만족도가 높았다.
같은 12.3인치 사이즈가 적용된 디지털 계기판은 테두리를 감싸는 하우징은 아날로그 시절과 같아 보수적이지만 주간 시인성에는 도움이 되었다.전반적으로 물리버튼이 많은 것도 눈길을 끈다.디자인적으로 최신 차량보다는 일부 버튼 디자인이 아날로그 시절 느낌이다.
세련미는 다소 떨어졌지만 물리버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운행중 사용이 편리했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의부드러움 보다는 그립감이 좋은 소재를 적용했다. 버튼조작감도 무난했다.
전자식 기어는 기어봉 타입이다. 토요타 차량에서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좌측으로 당긴 뒤 조작을 하도록 되어 있어 오조작을 줄이고직관적이라사용이 편리했다.
크라운 크로스오버에서 느낀 장점 중 대표적인 것은 운전석 시트다. 재질이 딱히 뛰어난 느낌은 아니었지만 착좌감이 우수해장시간 운행에도 피로가 적었다. 렉서스 차량 시승 때도 느꼈던 장점으로 운전석 시트의 착좌감과 편안함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2열 공간은 2850mm의 넉넉한 휠베이스 덕분에 레그룸이 충분하다.크로스오버의 높은 전고 덕분에 헤드룸도 넉넉했다. 트렁크 공간의 경우 리프트백처럼 유리까지 열리진 않지만 세단형으로는 넓게 열리는 덕분에 부피가 큰 짐도 수월하게 수납이 가능하다.
시동 버튼을 눌러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의 심장을 깨웠다.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은 토요타 최초로 적용된 직렬 4기통 터보 엔진과 후륜 eAxle을 결합한 고성능 시스템이다.
효율을 중시한 일반적인 토요타 하이브리드와 지향점이 다르다. 합산 출력 348마력으로2.5 자연흡기 하이브리드의 239마력 대비 높은 출력을 발휘한다. 대신 2.5 하이브리드복합연비는 리터당 17.2km이지만2.4 듀얼 부스트는 리터당 11km에 그친다.
또한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도로 상황에 따라 감쇄력을 조절, 최적의 승차감을 만들어 낸다. 후륜에 별도의 모터가 적용된 4륜 구동 방식도 특징이다. E-four라고 불리는 시스템으로 빠른 구동력 배분과 악조건에서 그립력 확보에 중점을 두었다.
초기 액셀 응답성은 최근 전기차와비교하면 묵직한 편이다. 그래서 자칫 성능이 평범한 것이 아닌가 오해 할 수 있지만 액셀을 지긋이 밟아보면 엔진 사운드가 깨어나며 강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차체를 높인 대형 세단 형태이지만 스포츠카 같은 강렬함도 보여준다.
대신 방음면에서는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다. 딱히 시끄러운 것은 아니지만1열 도어도 이중접합이 아닌 유리라 그런지 전반적인 정숙성은 평균 수준이었다.
장점은 코너링에 있었다. 높은 속도에서 굽이진 도로를 달려도 후륜 전기모터가 적용된 4륜구동덕분에 끈끈한 그립력을 발휘해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브레이크 또한 초기 응답성보다는 리니어한 감각으로 저속에서는 약한 느낌이다. 하지만 고속에서 급브레이킹을 해보면 원하는 만큼 속도 감속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급한 코너에서 굴곡진 노면을 만나도 전자식 댐퍼가 빠르게 감쇄력을 보정해 안정된 자세와 불편하지 않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코너링 성능이 우수한 대신 맨홀 등 요철이 심한 노면에서는 단단한 서스펜션 느낌이승차감보다는 다이내믹한 운동성능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느끼게 했다.
다이내믹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해 봤다. 주행 보조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전체적인 세팅이 보수적이라 경고를 예상보다 빠르게 전달한다. 센터 모니터 조작도 운행이 시작되면 조작이 안 되도록 해 놓는 등 차량이 전반적으로 안전 중심으로 세팅된 것을 알 수 있다.
크라운 크로스오버의 시승을 마치고 토요타차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여지 없이 깨졌다. 고급차답게 부드럽고 조용하고 물렁거리는 승차감을 예상했지만 2.4 듀얼 부스트를 장착한시승차는 강렬한 가속감과 우수한 코너링 성능까지 다이내믹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숙성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하는 경우라면 렉서스 ES300h 쪽이 더 맞을 것이다.노면이 좋지 않은 곳을 자주 운행해 최저 지상고는 높은 차량에 SUV특유의 롤링은 싫고다이내믹한 주행감성을 가지면서준수한 연비 또한원한다면 크라운 크로스오버는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줄 평
장 점 : 기존과 다르게 성능을 강조한 하이브리드..가속감과코너링 성능이 뛰어나다
단점 : 고급 차량의 정숙성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내부 디자인이 보수적이다
송문철 에디터 mc.song@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