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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치는 현실…민생 개선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몫"
당내 통합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진영에 상관 없이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면모를 각인시켜 중도 표심을 얻는 게 대선 승리에 필수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28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은 물론 보수 진영을 상징하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특히 애초 예정에 없었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역도 참배했다.
제철업에 투신해 산업화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박 명예회장은 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정치세력 간 통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인물로도 평가된다.
그만큼 이날 현충원 참배는 좌우를 뛰어넘어 통합을 실현하겠다는 이 후보의 의중이 잘 반영된 일정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날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마친 뒤 한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통합'이라는 단어를 14차례나 썼다. 전통적 지지층에만 기대지 않고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까지 지지세를 적극적으로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로 시작한 이 후보의 첫날 행보에는 중도·통합의 가치 외에도 실용 정신을 부각하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현충원 참배에 대해 "정치적 득실을 따져 진보가 보수 코스프레를 하거나 보수가 진보 코스프레를 하는 차원을 넘어 경제 회복을 위해 국민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오전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오후에는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간담회'를 연다.
여기에는 이념 문제에 발목을 잡힐 게 아니라 비상계엄 이후 침체한 경제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는 이 후보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당내의 평가다.
이 후보는 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망인들의 평판은 역사가와 시민사회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치는 현실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급적이면 지나간 이야기, 이념과 진영 이런 것들은 곁으로 미뤄두면 어떨까 생각해봤다"고 언급했다.
'먹사니즘'과 '잘사니즘' 등 이 후보가 내건 실용주의 경제 기조를 각인시키면서 진영을 뛰어넘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kjpar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