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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노년기 유튜브 과의존과 '필터버블·인포데믹' 위험

기사입력 2025-04-30 07:12

[자료 사진]
70대↑ 과반 "신뢰하는 사이트 앱은 유튜브"…"나와 같은 생각만 선택 알고리즘"

편향된 유튜브 이용이 결국 중독 불러…"노인 고독·중독에 귀 기울여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에게 소셜미디어(SNS) 속 영상과 댓글, 알림음은 이제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는 매력적인 친구가 됐다.

이 중에서도 유튜브는 다양한 정보와 즐거움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들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률을 견인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꼽힌다.

하지만 빛이 강렬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그동안 노인들에게 친구 노릇을 해온 유튜브의 과의존 및 중독 문제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게 만들어진 유튜브의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이 노인들의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고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이해국 교수는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노인 계층 디지털미디어 중독의 숨겨진 역학'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짚었다.

이 교수는 먼저 국내에서 노인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 증가에 따른 중독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매년 높아져 2024년에는 83.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층의 인터넷 이용이 특히 구별되는 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유튜브 등을 이용한 동영상 시청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70대 이상 연령층만 보면 인터넷 검색 시 주로 이용하는 앱으로 전체의 62.9%가 유튜브 등의 동영상 서비스를 꼽았다. 이는 10대 이상의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인터넷 검색 시 신뢰하는 사이트 앱이 유튜브 등의 동영상 서비스라고 답한 비율도 70대 이상 연령층에서 56.6%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70세 이상에서 유독 유튜브를 이용한 뉴스 소비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별 이용률을 보면 70세 이상에서는 뉴스 기사(신문) 보기가 가장 높다"면서 "이는 곧 고령층에서는 일반적인 뉴스도 유튜브 등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시청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른 연령대보다 1인 미디어를 많이 보는 것도 유튜브를 이용하는 노인들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상대적으로 정보 검색이 어려운 고령층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을 덜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편"이라며 "1인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많이 접한다는 건 나를 지지해 주고 나랑 생각이 동일한 것만 선택하는 편향된 이용 패턴을 보이는 셈"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처럼 1인 미디어를 활용한 뉴스 소비에 계속 의존하게 되면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는 '필터 버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좌우 대립이 극심한 정치 사안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한 필터 버블 현상을 검증한 연구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 계정에서는 보수 성향의 영상이, 진보 계정에서는 진보 성향의 영상이 더욱 추천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런 유튜브 시청 습관은 결국 중독으로 이어지면서 최근의 서부지법 난동 사태처럼 자신의 정치적 지지가 무너지면 폭력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들의 경우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성향이 현저히 낮아지는 특징 때문에 건강 문제 등 다양한 피해에 노출될 수 있는 '인포데믹'(정보+전염병)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댓글이나 영상 내용에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비현실적인 정보에 현혹되거나, 잘못된 건강 정보를 맹신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이런 인포데믹 현상이 일부에서 백신 접종 거부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교수는 "노인들의 디지털 미디어 중독과 이로 인한 여러 문제점이 이대로 방치된다면 결국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증폭돼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깔때기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년층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확대, 유튜브 등 플랫폼의 책임 강화, 국가 차원의 미디어 정책 수립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유튜브 등의 디지털 미디어가 노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를 제공하며, 새로운 취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 등이 순기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제는 멈출 수 없는 손가락 너머로 깊어지는 어르신들의 고독과 중독에 우리 사회가 좀 더 귀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게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의 세상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소통이야말로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bi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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