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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온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다 돼 갑니다.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도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다이내믹한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21일은 특히 정신이 없었습니다. 삿포로에서 200km가량 떨어진 오비히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태극낭자들이 잇달아 은메달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쁨도 잠시, 반가운 소식 뒤에 곧바로 황당한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20)의 실격 소식이었죠. 심석희는 마코마나이 스케이팅장에서 펼쳐진 여자 500m 결선에서 판커신(중국)의 '나쁜 손'에 가로막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소치올림픽을 떠올리니 머릿속에 스치는 인물이 있네요. 공상정인데요, 한국에서 자란 화교 3세 공상정은 소치 대회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귀화 선수로는 첫 동계종목 메달리스트라 더욱 기억에 남네요.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귀화 선수가 대거 출격합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트라이아웃 캠프와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를 거쳐 태극전사 23인을 선발했습니다. 이 중에는 귀화선수 5명이 포함돼 있죠.
사실 한국은 홈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취약종목을 중심으로 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루지의 아일렌 프리슈(25) 바이애슬론의 안나 프롤리나(33) 등이 특별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고요, 피겨스케이팅의 알렉산더 게멀린(23·미국) 등도 귀화를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평창에서는 최소 10명 이상의 귀화 선수가 한국을 대표해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푸른 눈' 태극전사의 등장. 모든 현상에는 명암이 존재합니다. 긍정적 부분도, 부정적 부분도 있기 마련이죠. 기존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종목에 따라 개인 상황에 입장은 조금씩 따라 달라질겁니다. 단체 종목의 전력강화로 이어져 메달권에 성큼 다가설 수도 있는 반면, 개인적으로는 이들에 막혀 대표팀 발탁 기회를 놓치는 선수도 있을겁니다. 바이애슬론 대표 전제억은 "불협화음은 없다. 좋은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 경쟁심이 생긴다.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 그래서 조금 더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말했습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결과, 보여주기식 성적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에 대한 응답이 필요하겠죠. 또 유망주 육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올림픽이 끝난 뒤 귀화선수의 삶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귀화 선수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특별귀화 방식은 이중국적을 허용한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은 사안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선은 백지선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국제대회에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서는 선택받은 선수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당당해야 하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우리 하나하나는 대한민국을 상징한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겉모습은 조금 다를지라도 이들 모두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서는 대한민국의 대표입니다. 평창올림픽이란 대사를 앞두고 다름보다는 하나됨에 방점이 찍혀야 할 시기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푸른 눈의 태극전사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역사를 기대해 봅니다.
삿포로(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