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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28·인천시청)의 이탈리아 국제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내달 23일, 헝가리세계수영선수권을 4주 앞두고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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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은 유럽 전지훈련을 위해 출국하기 이틀 전인 지난 16일 아레나 후원 협약 기자회견에서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 경기를 많이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은 레이스였다.
리우에서 귀국하자마자 수영장부터 찾았다. 그날의 아쉬움을 떨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다시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박태환은 "호주, 중국 선수 등 올림픽 결승경기 보면서 이기기 위한 경기를 했을 뿐 누구 하나 자기 레이스를 하는 선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제가 해볼 만한 경기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예선 경기가 중요하다. 결승에 올라가서 첫 50m를 가장 많이 신경쓸 것같다. 스타트에서는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훈련에서도 그부분을 생각하면서 레이스 페이스,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태환은 이날 첫 50m를 1위로 치고 나가며 적극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리우 금메달리스트, 동메달리스트와의 경쟁을 보란 듯이 이겨냈다. '리우 트라우마'를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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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대회 금메달은 박태환이 유럽대회 롱코스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다. 박태환은 10대 시절 경기 경험을 쌓고 수영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출전한 유럽 쇼트코스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땄지만 롱코스에선 이번이 첫 1위다. 박태환에게 호주, 아시아는 약속의 땅이었지만, 유럽은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07년 호주 멜버른세계선수권,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잇달아 정상에 선 '마린보이'는 2009년 로마에서 시련을 겪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실격 파문 등 시련끝에 은메달 2개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로마 쇼크'로 회자된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의 현장에서 2017년 각국 톱랭커들을 줄줄이 제치고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의미가 크다.
사실 주변의 짐작과는 달리 박태환 본인은 '로마 쇼크'를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기술의 힘에 의존한 '전신수영복'의 영향이 컸던 대회였던 탓도 있다. 박태환은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은 선수로서 반성하게 되고 깨닫게 되고 성숙해나가는 좋은 계기가 됐던 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럽에서 열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유럽 징크스를 기분좋게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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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레이스는 시종일관 안정적이었다. 첫 50m에서 1위를 달렸고, 이후 200m까지 가브리엘 데티와 박빙의 선두다툼을 펼치면서도 구간 기록은 흔들리지 않았다. 완벽한 자신의 레이스를 했다. 몸속에 시계라도 내장된 듯 전구간에서 정확히 28초70~80대를 기록했다. 미국 애틀란타 선발전에서 흔들렸던 250~300m 구간, 일명 '마의 구간'에서도 28초82를 끊었다. 박태환의 냉정한 레이스에 흔들린 건 오히려 데티였다.
박태환은 막판 스퍼트에서도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마지막 300~350m 구간을 27초대, 350~400m 구간을 26초대로 마무리했다. 데티는 50~100m구간에서 28초31로 무리한 탓에 이후 28초90대로 떨어졌고 뒷심에서 밀리며 2위로 주저앉았다. 호턴은 250~300m에서 29초대를 기록했다.
박태환의 레이스 운영 능력에 노련함과 자신감이 더해졌다. 리우올림픽의 실패를 얼마나 복기하고,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