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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태권도지만, 극과극의 매력이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 공연이 태권도의 화려함을 보여줬다면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 공연은 태권도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ITF시범단은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폐회식 공연을 포함한 네 차례 시범을 펼쳐 보이기 위해 8박 9일 일정으로 23일 방한했다. ITF 대표단과 시범단은 총 36명이다. 이 가운데 이날 시범에 나선 것은 송남호 감독 등 16명이며 여성 단원 2명이 포함됐다. 새 정부 들어 첫 남북 체육 교류 사례라는 점에서 ITF 시범단의 방한은 일찌감치 주목받아 왔다. 이들이 입국한 23일 김포공항 입국장부터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ITF 태권도 시범은 이번 대회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ITF와 WTF 시범단은 개회식 공식 행사 후 각각 13분씩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하지만 ITF 시범단 공연은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잔 실수가 이어지면서 30분 가까이 펼쳐졌다. WTF 시범은 때론 웅장하고 때론 경쾌한 음악을 시종 바탕에 깔고 화려한 조명도 활용해 스토리가 있는 한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던 반면 ITF 태권도는 힘과 절도있는 동작을 바탕으로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순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위력격파 등에서는 차력에 가까운 장면도 있었고, 코믹한 요소를 가미한 상황극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그동안 WTF 태권도는 올림픽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변화를 거듭했다. 반면 ITF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무도 태권도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양측 시범단의 공연에서도 그 차이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