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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언제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의미가 가진 희소성은 그 사람을 설명하는 수식어로 평생 사용된다.
또 그 해 미국 덴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싹쓸이 우승으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500m, 1000m, 1500m, 3000m 계주, 개인종합까지 5관왕. 그 대회에 걸려 있던 금메달은 다 가져왔다. 전 종목에 걸쳐 예선부터 결선까지 모두 1등이었다. 500m와 1000m 각 4회, 1500m 3회, 3000m 계주 1회 등 총 12회 레이스를 전부 1위로 장식했다. 퍼펙트 우승은 국제빙상연맹(ISU)가 생긴 이래 처음이라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김 촌장의 머릿 속에는 태극전사들이자 후배들 밖에 없었다. "미래의 선수들이 선배들의 기록들을 많이 경신하면서 그만큼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죠. 최초와 전관왕 타이틀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 좋죠. 그러나 후배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기록을 넘어서서 더 나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깨지지 않았으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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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 특히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신경이 더 쓰이는 건 당연하다. 지난 5일 남녀 쇼트트랙대표팀이 입촌할 때는 웰컴센터까지 찾아가 환영인사를 나눈 김 촌장이다. "쇼트트랙 선수였기 때문에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좀 더 눈길이 가는 건 맞다. 인지상정인 것 같다. 그래도 되도록 이면 다른 종목, 선수촌에 입촌한 국가 선수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한 마디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어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 동작을 보면 내가 직접 하고 있는 것처럼 근육들이 올라온다. 아무래도 운동 출신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선수들의 얼굴만 봐도 동질화되는 느낌이 온다."
김 촌장의 목표는 하나였다. 큰 꿈은 일단 접어뒀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꿈이 있어야 에너지를 삼아 살아 갈 수 있다. 그러나 큰 꿈보다는 강릉선수촌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촌장으로 임무를 잘 수행해서 대한민국 평창에서 치르는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