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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17일의 아름다운 여정은 끝났지만,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여운은 현재진행형이다.
캐롤라인 박은 올림픽 결제 기술 부문 공식 파트너사인 Visa를 대표하는 팀 비자 선수다. Visa는 이번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캐롤라인 박, 임효준, 이상호, 이상화, 박승희, 정승환 등 전 세계 21개국 15개 종목, 54명의 선수를 후원했다. 지난달 25일 Visa의 도움으로, 강릉선수촌 앞 비자코리아 사무실에서 생애 첫 올림픽, 첫 남북단일팀으로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낸 캐롤라인 박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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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웠던 순간은 역시 북한 선수들과의 만남이었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직전에 새로운 팀원(단일팀)을 만나는 자리에서 북한 선수들을 만난 경험과 올림픽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정말 멋진 개막식이 기억에 남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 홈 관중 앞에서 엄청난 환호와 응원을 받는 경험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 아이스하키는 내 삶의 원동력
캐롤라인 박은 여덟 살에 아이스하키 스틱을 처음 잡았다. 한국 어린이들이 태권도 도장을 드나들듯, 캐나다 어린이들은 '국기'인 아이스하키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다. 캐롤라인 박 역시 오빠를 따라 아이스하키를 시작했고, 특별한 재능을 발견했다. 어려서 취미 삼아 시작한 아이스하키로 평창올림픽 무대까지 밟게 된 캐롤라인 박은 "아이스하키는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원하고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거친 운동인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잦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것만도 여러 번. 캐롤라인 박은 개의치 않았다. "부상을 당하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들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내가 아이스하키를 얼마나 좋아하고 원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 운동도 공부도 다 해내는 엄친딸!
캐롤라인 박은 자타공인 '엄친딸(모든 걸 다 잘하는 엄마친구 딸)'이다.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를 시작해 그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대학리그에서도 꾸준한 실력을 보여줬다. 대학 졸업 후 '팀 닥터'의 꿈을 품고 미국 콜롬비아 의학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던 중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귀화,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무엇이든 뚝딱뚝딱 쉽게 해낸 것 같지만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캐롤라인 박은 "공부와 운동, 둘 다 제대로 해내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공부하는 선수'를 목표 삼은 한국의 후배들에게 치열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당연히 공부와 운동 모두를 100%로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각각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다가 힘든 순간이 닥치면 그 순간을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학교를 다니다 공부와 인간관계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를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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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직전 갑작스럽게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결성됐다. 올림픽을 준비하던 선수들 사이에 적잖은 혼란이 초래됐고 논란도 뒤따랐다. 그러나 남북의 청춘들은 함께 땀 흘리며 하나가 됐다. 캐롤라인 박은 "처음에 단일팀이 갑작스럽게 결성돼 놀랐지만, 북한 선수들과 함께해서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전했다. 함께 지내며 정들었던 북한 선수들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나는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내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정말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아이스하키를 통해 서로 가족처럼 친해질 수 있었고, 팀으로서 마지막 점심을 함께하는 날에는 서로 헤어지는 게 슬퍼서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고 함께한 추억을 떠올렸다. 북한 선수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 경험도 소개했다. "서로의 가족에 대해 묻고, 어떻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서로 남자친구가 있는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어보는, 아주 평범한 소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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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박은 '남북 단일팀'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감격을 여러번 언급했다. 한일전에서 기록한 단일팀의 첫 골을 가장 감격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희수 그리핀이 슈팅한 퍽이 골라인을 통과할 때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 기뻤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국민들의 환호가 느껴졌다. 그 순간 내가 얼음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너무 특별하게 느껴졌다."
단일팀의 첫 골로 기록된 퍽이 캐나다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전시된다는 소식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또렷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평창올림픽에서 단일팀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대단하고 또 멋진 일이다. 단일팀의 첫 골이 가치를 인정받아 캐나다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전시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단일팀의 첫 골은 이곳 한국에 전시돼 기념하게 되면 더욱 특별할 것 같다."
김태운 장미란재단-Visa평창대학생 기자단 기자(서울대 사회학과), 정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