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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끝나자마자 상비군 해체된 봅슬레이대표팀, 이 용 감독 "제발 도와달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3-07 10:56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리자마자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상비군이 해체됐다.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봅슬레이 4인승의 기자회견장이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봅슬레이 4인승 기자회견에는 봅슬레이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원윤종 서영우 전정린 김동현과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이 참석했다.

올림픽을 마치고 10일이 지난 시점에서 이 감독과 선수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들어 대한체육회가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상비군을 해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예견된 일이긴 했다. 평창올림픽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유치한 대회였다. 정부 예산도 2018년 2월까지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이 감독은 대한체육회에 상비군 제도를 계속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새로 바뀐 문재인 정부에선 모른 척하고 있다.

특히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의 성지가 된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를 사후활용할 예산도 전무한 상태다. 전세계 18개밖에 없는 트랙을 코앞에 두고도 선수들은 국제대회 대비 훈련을 국내에서 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이 감독과 선수들은 뿔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비군 규모는 선수 15명, 지도자 4명 등 19명이다. 주로 고등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상비군이 해체된다면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의 미래는 없다.


이 감독은 "상비군 운영은 연간 8억원이 든다. 내가 윤성빈이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따고 인터뷰했을 때에도 결국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했다. 해외 전지훈련부터 선수 육성이 모두 돈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주최 단체는 선정이 안된 상태다. 예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보는 건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무슨 잘못인가. 제발 선수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시급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상비군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썰매 정비, 날 관리, 썰매 이동까지 역할이 컸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체력보강 차원에서 썰매를 밀어줬다. 그래서 지금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했다. 정부도 그렇고 여러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행동들이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짚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사후활용 예산이 책정이 안돼 암모니아 냉각수를 빼고 있는 상황이다. '제2의 윤성빈', '제2의 원윤종'을 길러내는 것이 내 임무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나고 3~4월은 슬라이딩 센터가 운영이 돼 육성 차원에서 훈련이 진행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추가 예산을 발행해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당장 9월, 10월부터 시행할 예산이 없는 상황이다. 연맹은 강원도, 정부와 미팅을 긴밀하게 하고 있지만 실무자 입장에선 답이 없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 감독은 "나에겐 조그마한 소망이 있다. 이번 올림픽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썰매 날이다. 독일은 수백개, 수천개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외국에서 사야 한다. 하루 빨리 경기장 사후관리 차원에서 개선이 이뤄져 한국도 썰매 날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파일럿 원윤종은 "간신히 슬라이딩 센터가 생기고 실전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생겼는데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면 분명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선수, 국가대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대회가 국내에 유치돼야 한다. 특히 상비군 해체로 인해 싹마저 죽어버릴까봐 걱정이 된다. 경기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브레이크맨 김동현은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를 봐왔다. 그리고 희망도 봤다. 그런데 경기장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시대를 역주행하는 것 같다. 우리 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발전방안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푸시맨 전정린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우리가 메달을 따고 분명 지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당장 몇몇 선수들은 대표팀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약속한 선수들을 볼 면목이 없다. 다시 같이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다시 한 번 읍소했다. "상비군 지원체제가 끊긴다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올림픽이 끝나고 비인기 종목은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 동안 관심을 받는다. 6월이 되면 월드컵 때문에 비인기 종목의 관심은 묻힐 것이다. 4년이란 기다림 속에 해결방안은 없고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을 겪어야 한다.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소리치고 얘기를 하지 않으면 우리 후배들이 4년 동안 고통 속에서 배고픔을 가지고 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소리 내면서 얘기하고 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초·중·고 등록선수는 100여명이 안된다. 작은 인프라 속에서 올림픽 메달이 어떻게 나왔을까 고민을 해보면 더 많은 메달이 나올 수 있을까. 베이징올림픽 스켈레톤에서 한국 선수 2명이 시상대에 올라갈 것을 확신한다. 정부가 다시 한 번 도와줬으면 좋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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