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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아, 소리야, 사랑한다! 파이팅!"
양재림은 부모님의 영상 메시지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 "부모님이 이런 걸 찍으셨단 말씀 안하셨는데…"라더니 눈가가 촉촉해진다. '양재림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23·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소리야, 사랑한다 해주시는데 눈물이 나더라. 언니 부모님은 내 부모님"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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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인 '동생' 고운소리는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했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끗 차로 고배를 마셨다. 은퇴를 결심하던 무렵, 양재림을 만났다. 장애인스키협회에서 가이드 러너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넣었다.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고운소리를 만나기 전 수차례 가이드러너를 바꿨던 양재림은 '명랑한 동생' 고운소리와 지난 2년 반동안 단 한 번도 떨어지지않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늘 같이 있다고 보시면 돼요. 진짜 가족보다 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니까요"라며 고운소리가 웃는다. 언니 양재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는다. 소치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놓친 양재림에게도, 태극마크를 아깝게 놓친 고운소리에게도 평창패럴림픽 메달은 간절한 꿈이다.
평창패럴림픽의 같은 꿈을 꾸며 걸어온 이들에게 늘 웃는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5년 12월 캐나다월드컵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직후 2016년 1월 이탈리아월드컵 중 양재림이 오른무릎을 다쳤다. 그러나 1년여의 긴 재활의 터널을 함께 뚫어낸 이들은 더욱 강해지고 더욱 끈끈해졌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영혼의 파트너는 지난해 1월 슬로베니아 시각장애 알파인 스키 월드컵에서 회전 은메달, 대회전 동메달, 미국 캐스퍼월드컵에서 1위에 올랐다. 평창에서 함께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양재림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어서 긴장도 되지만 소리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최대한 좋은 성적 내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소치 대회때 너무 아쉽게 4위를 해서 평창에서는 정말 꼭 메달 딸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평창에서 꼭 메달 딸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단단한 각오를 드러냈다. 고운소리가 화답했다. "재림언니의 눈이 되어서 언니와 노력한 지난 3년의 결실을 평창에서 맺고 싶다.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11일 여자 슈퍼대회전, 13일 여자 슈퍼복합, 15일 여자 회전, 18일 여자 대회전 등 4종목에 출전한다. '영혼의 자매'는 4개 종목 중 반드시 1개 이상의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