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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기다림 끝에 나선 이번 세계선수권 현장에서 전지희는 누구보다 절실한 선수다. 승패를 떠나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1일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한국이 홍콩을 3대1로 꺾고 8강을 조기확정 짓는 순간,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애제자' 전지희(26·포스코에너지·세계랭킹 35위)를 뭉클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 선수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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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예서 김경아 박미영 등 세계 4강을 호령하던 '언니'들이 2012년 런던올림픽 후 떠났다. 2014년, 2016년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여자탁구는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동료들이 눈물을 쏟아낸 세계선수권 현장에 전지희는 늘 '파트너'로 동행했다. 훈련 때면 동료들의 연습 상대, 경기 때면 영상 촬영 담당으로 변신했다. "같이 뛰고 싶을 것같다"는 위로에 "괜찮아요, 시간 금방 가요" 하며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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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간절했던 무대였던 만큼 치열하게 준비했다. "첫 세계선수권,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탁구가 다시 4강에 오르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탁구 트렌드에 맞춰 더 빠르고 더 간결하고 더 강한 탁구를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다양한 구질의 서브에도 도전했다. 김형석 감독은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지희가 서브를 많이 연구했다. 기존 서브나 지구전으로는 톱랭커들을 이길 수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새로 연마한 서브가 100% 완벽하지 않았지만 전지희는 변화와 도전을 선택했다. "세계선수권에서 한번 시도해보겠다. 도전해보겠다."
한국은 이번 대회 독일, 홍콩, 태국, 브라질, 룩셈부르크과 함께 D조에 속했다. 한국은 5전승, 조 1위로 8강에 직행하는데 전지희의 몫은 절대적이었다. 위기때마다 소방수로 활약하며, 출전한 8경기에서 전승하는 '불패신화'를 썼다. 룩셈부르크전에서 1주자로 나서 3대1로 승리했다.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독일전에서도 중심을 잡았다. 2-4단식에 나서 자비네 빈터와 페트리사 솔자를 모두 3대0으로 돌려세웠다. 한국은 3단식까지 독일에 1대2로 뒤졌지만 4단식 전지희가 솔자를 완파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태국전에서도 2-4번으로 나서 모두 승리했다.
8강행 승부처, '난적' 홍콩전에서 전지희의 플레이는 눈부셨다. 위기 때마다 강력한 포어드라이브로 정면승부를 펼쳤다. 홍콩은 1단식에서 역대 전적에서 불리했던 '에이스' 두호이켐을 공격적인 서브와 선제 공격으로 압도하며 3대1로 승리했다. 4단식에서 리호칭을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뒀다. 2016년 쿠알라룸푸르 대회 16강에서 한국을 울렸던 홍콩을 밀어냈다. 5차전 브라질전에서도 전지희는 제1단식을 3대1로 잡아냈다. 파죽의 5전승을 이끌었다. 8강에 직행한 한국은 3일 오후 5시(한국시각) 북한-러시아전 승자와 꿈의 4강행을 다툰다.
김 감독은 첫 세계선수권 전지희의 선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절실함"이라고 즉답했다. "대회 때 10시간 넘는 이동시간, 비행기 안에서 지희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 20개가 넘는 탁구 영상을 보고 또 보고 연구한다. 7년의 기다림 끝에 여기까지 왔다. 그 어떤 선수보다 매경기, 매순간이 절실하고 선수다. 지희가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는 존경스러울 정도다. 목숨까지 걸 정도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2008년, 탁구의 꿈 하나로 한국을 택한 중국 허베이성 주니어 대표 출신 열여섯 소녀 톈민웨이, 그녀는 2018년 스웨덴 할름슈타드에서 누구보다 간절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에이스 전지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