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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요? 나이만 계산해 봤을 때는 괜찮을 것 같은데···."
한 가지 다른 점은 7년째 달고 있는 태극마크의 무게다. 2012년 중학생 신분으로 처음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심석희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대표팀 들어가기가 올림픽 메달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대한민국 쇼트트랙이지만, 심석희는 줄곧 '에이스' 자리를 굳게 지켰다.
무수한 금메달이 이를 입증한다. 심석희는 2013~2014시즌 세계선수권 우승을 비롯해 올림픽에서도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출전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금메달을 비롯,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월 평창 대회에서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거머쥐며 환하게 웃었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치렀잖아요. 메달 여부를 떠나서 많이 지치게 돼요. 오랜 시간 준비한 에너지를 모두 쏟아냈으니까요. 그러나 훈련은 쉴 수 없어요. 비시즌에도 꾸준하게 훈련을 이어왔어요."
안방에서 펼쳐진 올림픽,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하지만, 지나친 부담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특히 이미 이룰 걸 다 이룬 '에이스' 심석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주위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잘 해야 본전'의 상황,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심석희는 그 부담감 마저도 잘 이겨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팬들의 함성을 떠올리며 자기와의 싸움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대회였잖아요. 게다가 저는 강릉 출신이라 고향에서 경기를 하니까 뭔가 특별하더라고요. 팬들의 응원이 더 익숙하게 느껴져서 편안하게 경기를 치렀던 것 같아요."
열렬한 응원 속에 그는 대한민국에 소중한 금메달을 안기며 또 한 번 정상에 섰다. 두 번의 올림픽을 모두 금빛으로 장식한 심석희. 그는 또 한번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있다. 목표 상실의 늪을 피해 4년 후 열릴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3연속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지금은 (다음을 위한) 휴식 시간이에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온 힘을 쏟아낸 뒤에는 잘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몸도 마음도 회복해야 더욱 강해질 수 있거든요. 나이로만 따지면 4년 뒤 베이징 대회도 가능하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베이징에 가려면 그만큼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거든요. 실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
정상은 오르기 보다 지키기가 어렵다고 했던가. 이십대 초반 대학생인 심석희는 일찌감치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알기에 오늘의 그의 도전은 금빛 메달보다 반짝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