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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낼 겁니다. 모든 면에서 저보다 나은 딸이에요." 여홍철 경희대 교수(KBS해설위원)는 23일 딸 여서정의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도마 종목별 결승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선수 때 서정이처럼 대담하지 못했어요"라며 초등학교 5학년, 여서정의 일화를 털어놨다. "서정이는 어릴 때부터 대회에 나가면 표정이 아주 밝아요. 심판 선생님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대회 마루 금메달을 따고 서정이가 이야기를 하는데 '저 심판선생님은 날 보고 웃었는데 저 심판 선생님은 안웃으셨어' 하더라고요." 긴장감에 앞이 캄캄할 포디움에서 여서정은 심핀들의 얼굴과 표정을 또렷이 기억했다. 여 교수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대학생이 다 되어서야 심판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모든 면에서 나보다 훨씬 나은 딸이죠. 큰무대에 강합니다. 꼭 해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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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해설위원인 여 교수는 이날 기특한 딸이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자카르타 IBC에서 생중계했다. 딸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여서정 아버지' 여홍철은 참아온 눈물을 쏟고 말았다. "서정아, 장하다! 장해." 딸 여서정 역시 경기 직후 아버지 눈물 이야기를 전해듣고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여홍철 딸' 여서정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땄으니까,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따서 꼭 아빠 목에 걸어드리고 싶어요," 24년이 지난 오늘까지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고난도 기술로 분류되는 '여1', '여2' 기술을 보유하고도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아버지의 꿈을 딸이 대신 이뤄줄 날이 머지 않았다.
한편 이날 여서정의 경기에 앞서 열린 남자 마루 결승에선 '체조 에이스' 김한솔(23·서울시청)이 14.675점으로 출전 선수 8명 중 최고점을 찍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양학선의 도마 금메달 이후 8년만에 잃어버린 남자체조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남녀체조가 한날한시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서정은 "한솔오빠가 먼저 금메달을 따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만났는데 파이팅하라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큰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금메달 역시 32년만이다. 자카르타에서 금빛 약속을 지킨 '체조남매'가 활짝 웃었다.
'남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한솔은 24일 주종목 도마에서 2관왕을 목표 삼았다. 여서정도 같은날 마루, 평균대에서 멀티메달에 도전한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