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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의 위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메달 3개를 수확했지만 세계 상위 랭커가 대거 빠진 점과 일본의 대약진을 생각하면 사실상 '안방잔치 망신'이었다. 반면 박주봉 감독(54)이 이끄는 일본은 금 3개, 은 2개, 동 4개를 휩쓸며 사상 최고의 성과를 누렸다.
아시안게임 실패에 이어 한국은 코리아오픈 직전에 출전한 일본오픈(동 1개)과 중국오픈(노메달)에서도 허약한 경쟁력을 드러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뾰족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는다. 세대교체를 위한 선수단 개편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집행부(대한배드민턴협회)마저 '소나기 피하기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행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단합 잘하기로 소문난 배드민턴계가 흔들리고 있다.
▶과도한 은퇴 행진…예견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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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꼬리 자르기…근본 대책은?
자카르타의 수모를 겪고 귀국한 협회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 7명의 사표 제출받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른바 '시한부 인생'으로 후속 대책이 나올 때까지 지도를 맡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코리아오픈을 치렀고, 이달 중순 유럽 투어를 인솔할 계획이다. 이어 협회는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경기력향상위원회(이하 경향위) 위원들의 전원 사표를 제출받았다. 경향위는 대표팀 지도자와 선수단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경기인 출신들이기 때문에 협회 고위층, 선배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코칭스태프와 경향위의 줄사표가 아시안게임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목에서 "과연 코치진의 책임으로만 돌릴 일인가?"라는 불만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협회가 '꼬리 자르기'로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협회의 '보이지 않는 힘'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요인이 존재하는 데도 아랫사람들의 책임 감수로 넘어가려 하는 것은 또 다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여러 불만 요소들이 쌓여가고 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를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