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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이와 함께 꼭 단체전 금메달도 따야죠."
2002년 열여덟의 탁구천재는 첫 부산아태장애인게임에서 개인전,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2006년 쿠알라룸푸르, 2010년 광저우 대회에 남자단식에서 잇달아 은메달을 따낸 후 2014년 인천 대회에선 또다시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김영건에게 아시아는 좁다. 이미 스무살에 아테네패럴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고, 런던패럴림픽 개인전, 리우패럴림픽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대에 세계를 호령한 탁구천재는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건재하다. 세계랭킹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서른넷의 월드클래스 에이스는 5번째 아시안게임에서도 승승장구중이다.
1997년 12월 중학교 1학년때 기말고사 시험공부 도중 급성척수염으로 쓰러진 김영건은 이후 하반신이 마비되며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1999년 광주장애인복지관에서 현 국가대표 감독인 문창주 감독을 만나며 탁구인생이 시작됐다. 탁구를 시작한 지 2년만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3년차에 출전한 2002년 부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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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탁구 세계랭킹 1위인 김영건은 비장애인 세계 최강, 중국 마롱의 영상을 즐겨본다. 문 감독은 "영건이는 휠체어 탁구에서도 국내 1위지만 모든 등급을 망라한 오픈 대회에서도 국내 1위다. 뒷심이 좋고 침착해 0-2로 지던 경기도 3대2로 뒤집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귀띔했다. 백드라이브가 장기인 김영건은 포커페이스다. 이길 때나 질 때나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냉정하고 대담하다. "승부를 생각하기보다 다음 볼, 포인트를 어떻게 딸지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기대하는 금메달 1순위임에도 그는 매 대회, 매경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안다. "1등, 금메달의 부담감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바로 앞의 경기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긴장도 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문 감독 아래서 동고동락해온 '2년 후배' 김정길은 그에게 가장 좋은 파트너이자 가장 좋은 경쟁자다. 함께 훈련하고, 함께 경쟁하며 두 선수는 나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리우패럴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듀오는 11일부터 단체전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정길이와 함께 힘을 합쳐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2관왕 목표를 또렷이 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