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도넘는 비난에 정문홍, 권아솔 심경 밝혀. "종합격투기 살리기 위해서"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9-05-20 18:29


권아솔이 직접 팬들의 과도한 비난에 대해 자제해 달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서 올렸다. 권아솔 페이스북 캡쳐

로드FC 정문홍 전 대표가 권아솔의 독설과 도발이 자신이 시켰다고 밝혔다. 정문홍 대표 페이스북 캡쳐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서 만수르 바르나위에게 패한 파이터 권아솔에 대한 도 넘은 비난에 정문홍 전 로드FC 대표와 당사자인 권아솔이 직접 호소문을 올렸다.

권아솔은 지난 18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굽네몰 ROAD FC 053 제주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서 만수르에게 1라운드 3분44초만에 리어네이키드초크에 의한 서브미션패를 했다. 이전에 많은 도발과 독설을 했던 권아솔에게 불편함을 내비쳤던 네티즌들은 권아솔이 실제 경기에서 패하자 비난을 쏟아냈다.

경기가 끝난지 이틀이 지나도 비난이 계속되고 그 수위가 높자 100만불 토너먼트를 직접 기획해 열었던 정문홍 전 대표가 SNS를 통해 권아솔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려 했다.

정 전 대표는 SNS에 "온갖 욕설을 혼자 감내하고 있는 아솔이를 보니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라고 운을 뗀 뒤 "그동안 아솔이의 트레쉬 토크는 제가 시킨 것이고 아솔이는 남에게 나쁜말을 할 줄도 모릅니다"라고 밝혔다.이어 "아솔이가 경기감각이 무뎌지던지 말던지, 아솔이가 악플에 시달리던지 말던지 부담감과 외로움에 매일 눈물을 흘리던지 말던지 최대한 토너먼트를 오래끌어서 로드를 홍보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이었던 겁니다"라고 자신의 결정이었음을 밝힌 정 전 대표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어떠한 선수라 해도 2년 6개월의 공백이 있으면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수 없습니다. 2년간 뼈를 깎는 훈련을 했지만 오랜기간 시합을 뛰지 못해 무뎌진 경기감각과 엄청난 부담감이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 같습니다"라며 권아솔이 패한 것도 역시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정 전 대표는 "이번 시합의 책임은 아솔이가 아닌 저에게 있는 겁니다"라고 했고 "모든 비난은 저에게 하시고 아솔이는 가족들 품에서 잠시 쉴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비난하는 팬들에게 부탁의 말을 했다.

이에 권아솔도 SNS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시합에 졌으니 비난을 해도 되지만 선은 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권아솔은 "그냥 제가 못해서 진 것일 뿐인데…. 선수가 경기력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면 질타와 비난 감수해야하죠 라면서도 "근데 욕하는 사람들 중에 돈 십원짜리 하나 보태줬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트레쉬 토크를 한 이유를 종합격투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정문홍 대표님께서 말은 시키셨다고 하셨는데 전 제생각에 맞지 않으면 누구 말 듣지 않습니다. 누구한테 십원짜리 한갱에 고개 숙여본 적도 없고요"라는 권아솔은 "근데 저도 한국 종합격투기가 살아남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힘든 시장, 이거 아니면 사람들이 봐주질 않습니다"라고 했다.

"원래 저는 싸가기 없는 놈입니다. 그래서 남 까는거 잘하니까 하던대로 한 겁니다. 그게 지금 상황이랑 잘 맞아떨어진거고요. 그래서 이번 시합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전 정말 로드FC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내가 아니었어도 누군가 할 것이고, 했어야 할 일입니다. 단지 저같은 놈이 해서 이정도밖에 못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도발과 독설을 한 것이 종합격투기, 로드FC가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도가 넘는 욕설과 비난에 대해서 권아솔은 "저희는 범법자도 아니고 범죄자도 아니고 양아치도 아닙니다. 그런다고 공인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닙니다. 그냥 힘들게 운동하는 운동선수일 뿐입니다"라면서 "고소 안합니다. 그대신 선은 지키세요"라고 했다.

올해는 로드FC가 창립한지 10년째다. 한국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아 53회의 대회를 치른 단체는 로드FC가 처음이다. 국내 선수들에게 뛸 기회를 만들어주기 시작한 단체지만 돈이 있어야 굴러간다. 입장쉽으로는 큰 대회를 치를 수가 없으니 당연히 스폰서를 따내야한다. 초반엔 몇 안되는 스폰서와 지인들의 도움만으로 갈 수도 있지만 꾸준하게 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재정적인 안정은 필수다. 그러기 위해선 격투기 마니아뿐만아니라 일반 스포츠팬들도 흥미를 가져야 한다.

100만불 토너먼트가 초반부터 이렇게 일반 팬들에게까지 알려지지는 않았다. 권아솔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독설, 도발은 한국인의 정서와는 좀 떨어져 있다. 특히 면전에서 하는 도발이나 독설은 생소하고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권아솔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고, 그래서인지 지난 2월 열린 샤밀 자브로프와 만수르의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전부터 팬들의 관심이 커졌다.

정 전 대표와 권아솔은 경기에 질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마음의 대비도 했다. 하지만 그 수위가 너무 높자 직접 나서서 호소를 했다.

UFC 등 세계의 다른 격투기 선수들도 독설과 도발을 한다. 몸과 몸이 부딪쳐 싸우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전투심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독설을 직접하는 특이한 스포츠다. 한국의 정서와는 분명 잘 맞지는 않다. 그냥 하나의 재미로, 흥밋거리로 보는게 맞다. 그렇게 도발과 독설을 하던 권아솔은 만수르에게 패한 뒤 직접 가서 먼저 악수를 청하며 만수르의 승리를 축하해줬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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