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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가 어려운 시기라서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넉넉하고 안정된 시기였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 전무는 "유 회장이 협회 전무를 맡아달라고 했을 때 당황스러웠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2017년부터 줄곧 남자대표팀 감독으로 일해왔다. 2016년 리우올림픽 노메달 시련 속에 어렵사리 감독직을 맡았고 이후 김택수의 남자탁구는 지난 4년간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 등 톱랭커들은 세계 무대에서 메달권을 뺏기지 않았고, 김동현, 임종훈, 안재현 등 각팀 에이스들도 경쟁 속에 성장을 거듭했다. 열매를 맺어야할 7월 도쿄올림픽이 코앞에 닥친 상황, 잠시 망설였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김 전무는 "유 회장이 그걸 몰라서 제의한 것이 아니지 않나. 유 회장은 4년의 비전을 이야기했다. '전문체육 부문에서 프로화, 전용체육관 건립, 유소년 유망주 발굴과 육성, 생활체육 활성화' 등을 말하면서 제대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프로화 문제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전무직을 요청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김 전무는 "하지만 협회가 좋은 상황, 안정된 상황이었다면 결코 중책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힘든 시기 한국 탁구를 위해 '아끼는 후배' 유 회장과 함께 한배를 탄 채 희생하고 헌신할 뜻을 분명히 했다. "늘 내게 기회는 어려울 때 왔다. 어쩌면 역대 전무 중 가장 힘들 것이다. 예산도 넉넉지 않고, 힘든 일도 많겠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함께하기로 결심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전무는 또 "원칙을 지키는 투명하고 공정한 탁구문화"를 만들어갈 뜻도 분명히 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때마다 바뀌는 선발규정도 명확하게 정립할 뜻을 밝혔다. "앞으로는 선수 선발 문제로 각팀 지도자들끼리 싸우지 않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전무로 있는 동안 불공정은 있을 수 없다. 이 협회는 탁구인들의 것이다. 유승민의 협회도, 김택수의 협회도 아니다. 우리 탁구인들이 잘 되게, 어려움을 해결하고, 심부름꾼으로서 발로 뛰며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회장과 함께 다시 올림픽에 나가는 기분이다. 유 회장과 한국 탁구가 잘 되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 역할이다. 유 회장과는 말이 필요없는 사이다. 잘될 것이라는 믿음, 확고한 신뢰가 있다. 그게 없다면 전무직을 수락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통했던 김 감독이 위기의 시대, 한국 탁구의 '어벤저스', 행정의 '테크니션'으로 나섰다. "당연히 어려움은 있겠지만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보다 어렵겠나"라며 하하 웃었다.
안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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