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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치아,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패럴림픽 9연패? 정말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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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정경희 강사(대한체육회 여성스포츠위원)의 장애 인식 개선 '오리엔테이션' 직후 호기심 가득한 얼굴의 아이들이 보치아, 장애인배드민턴 체험이 마련된 경기장에 들어섰다.
1988년 서울패럴림픽 이후 한국이 단 한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 없는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종목.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친 듯한 형태로 흰 표적구를 향해 6개의 빨간공, 파란공을 던져 매회 표적구에 더 가까이 붙여야 승리하는 종목이다. '그랜드슬래머' 정호원의 정조준, '백발백중' 표적구에 딱 붙인 타구에 아이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휠체어에 앉은 최예진이 타점 조준을 위해 엎드리듯 상체를 바짝 낮추자 이문영 코치는 "저 낮은 자세를 완성하기 위해 선수들이 엄청난 연습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대들의 시범에 이어 아이들의 무한도전이 시작됐다. 2인 1조로 한 사람이 조준하고, 한 사람은 보조자로 나서 홈통 조립을 도왔다. 온 신경을 집중해 홈통으로 공을 굴리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미소천사' 김한수는 아이들의 '나이스샷'이 나올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즐거워 했다. 정호원 역시 휠체어를 손으로 두드리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직후 오서율군(12)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근데 어떤 공이 잘 나가는지 어떻게 알아요?" 이 코치가 "딱딱한 공은 빨리 나가고, 말랑한 공은 천천히 나간다"며 빨강, 파랑공을 번갈아 굴려 보였다. "우리 선수들은 하루에 수천 개의 공을 던져요. 엄청난 노력을 통해 이 모든 공의 특성을 꿰고 있어요. 어느 공이 어떤 강도, 어떤 높이에서 어떤 속도로 얼마나 나갈지를 정확하게 예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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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율군은 2년 전인 4학년 때도 '드림패럴림픽'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어려서 잘 몰랐는데, 이번엔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보치아는 오늘 처음인 조준하는 것도, 가까이 붙이는 것도 정말 재밌었어요. 무엇보다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금메달리스트는 진짜 쉬운 게 아니구나,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라고 덧붙였다. "아빠친구 아들이 장애인이라서 여행도 가고 자주 보는데 장애인이라고 뭐, 특별할 건 없어요. 약간 다를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한 후 배드민턴 코트로 총총 달려갔다. 배드민턴 코트에서 만난 김하린양(12) 역시 "국대 선생님은 진짜 엄~청 잘 치세요. 대단해요!"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장애인, 장애인친구에 대해 묻자 "그냥 보통 친구랑 똑같은데?"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질문이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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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패럴림픽 9연패 영웅들에게도 잊지 못할 하루였다. '맏형' 정호원은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보치아를 알릴 기회가 별로 없는데 직접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기쁘다"고 했다. 보치아 세계 최강의 비결은 오직 연습, 또 연습뿐이다. 수십년 째 하루 수천 개의 공을 던지며 정상을 지켜온 정호원은 "보치아를 잘하려면 조준법을 잘 배워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일일심판으로 맹활약한 최예진 역시 "생각보다 아이들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면서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생겨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막내 김한수는 "앞으로 초등학생뿐 아니라 장애인스포츠가 생소한 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또렷한 의견을 내놨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 스포츠를 더 많이 알릴 수 있고 선수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천장애인국가대표선수촌=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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