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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일어나세요" '역도 레전드'이형근 감독 안타까운 사투...역도인들의 간절한 기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6-12 12:19 | 최종수정 2022-06-12 12:25


2012 런던올림픽을 1년 앞둔 2011년 7월 27일 대한민국 역도대표팀이 태릉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졌다. 왼쪽부터 사재혁, 윤진희, 이형근 감독, 장미란, 김민재가 화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릉=허상욱 기자 wook@sporschocum.com

'대한민국 레전드 역도 지도자' 이형근 감독(58)이 심정지 후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12일 체육계에 따르면 이 감독은 지난 5월 2~10일 그리스 헤라클리온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장에서 돌아온 후인 5월 말 자택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다. '한국 역도의 미래' 박혜정(19·안산공고)이 여자 최중량급(+87㎏)에서 3관왕에 오르며 희망을 알렸던 바로 그 대회다. 이 감독은 귀국시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응급실 도착 후 실시한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의 오랜 지인은 "심정지로 쓰러지신 지 2주 가까이 됐다. 코로나 확진 사실을 모르셨던 것같다. 현재는 중환자실에 계신데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감각검사도 반응이 없다고 한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이 감독을 존경해온 역도인 선후배 모두 한마음으로 '기적'을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28일 그리스세계역도주니어선수권 출전을 위해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이형근 전임감독과 선수단.  사진제공=대한역도연맹
이형근 감독은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 역도대표팀 감독,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총감독을 역임하며 장미란, 사재혁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윤진희의 베이징 은메달, 리우 은메달을 이끈 '전설'이자 제자,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아온 지도자다. 애제자들의 은퇴 후인 2015년부터 이 감독은 어린 꿈나무, 유망주 발굴을 위해 더 낮은 곳을 향했다. 역도의 르네상스를 목표로 대한체육회 역도 우수선수 전임감독으로 불철주야 일해오던 중 장거리 장기 출장 이후 심정지로 갑작스레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아시아펜싱선수권 현장에서 만난 김창곤 대한펜싱협회 전임감독은 "태릉 사무실에서 5년 가까이 한 방을 써온 룸메이트인 이 감독의 비보를 들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평생을 오직 역도 발전, 후진 양성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온 정말 훌륭한 감독님이 갑자기 쓰러지셨다니 믿어지질 않는다. 인생무상이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애제자이자 지도자 후배인 김동현 역도 국가대표팀 코치 역시 "이 감독님은 모든 역도인 후배, 제자들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최고의 지도자다. 2000~2012년 한국 역도의 전성기를 이끄신 총감독님"이라고 설명했다. "사재혁 선수에겐 아버지같은 분이셨고, 아내(김순희 경남도청 역도팀 감독, 전 국가대표 코치)와 장미란 선수에게도 둘도 없는 스승이자 귀감이 되시는 분이셨다. 나 역시 슬럼프로 퇴촌까지 생각하며 방황할 때 감독님께서 붙잡아주신 기억이 생생하다. 선수의 눈높이에서 모든 선수를 세심하게 챙기셨다. 이 감독님이 안계셨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대표 코치가 된 후에도 이 감독님을 떠올린다. 힘들 때마다 '멘토'로 의지했고, 그때마다 감독님은 늘 명쾌한 해답으로 용기를 주셨다. 저뿐만 아니라 역도계 모든 지도자들이 마음으로 의지하고 따라온 분이다. 다시 모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너무나 황망하다"며 마음을 털어놨다. 김 코치는 "기적이 필요한 순간이다. 선후배들이 한마음으로 감독님의 쾌유를 기도하고 있다. 꼭 다시 일어나주시길 기도한다"고 했다.

이 감독을 아끼고 존경하는 역도계 선후배, 제자들은 중환자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자발적인 모금 운동에 나섰다. 평생을 한국 역도에 바쳤던 헌신적인 지도자를 위한 체육인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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