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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이 제 그림 사주신 거요? 실감이 안나요."
뇌병변 장애인인 김민지 작가는 서울나래학교 전공과 1회 졸업생이다. 어릴 때부터 공책에 그림을 그리며 외로운 시간을 버텼다는 김 작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학생 희망 일자리' 인턴십을 거쳐 올해부터 나래학교 도서실에서 사서보조로 일하고 있다. 작품 소재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서 '휠체어 소녀'의 좌충우돌 일상이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다 꾸벅꾸벅 조는 그림도, 로봇이 내 일 좀 대신해줬으면 하는 소망을 담은 '나 대신 로봇'도 공감백배다. 만원 지하철 문앞에서 절박하게 뭔가를 외치는 작품 제목은 '나도 타야 해요', 휠체어에서 우당탕탕 넘어진 그림 밑엔 '아이쿠'란 제목을 달았다. 김 작가는 지난 4월 장애인의 날엔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전시회를 가졌고, 2개월만인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의미 있는 작품전을 열었다. '김민지 작품전'을 마련한 김 의원은 "시의원 4년 임기를 끝내며 의미 있는 전시를 하게 됐다"면서 "장애 예술인 꿈나무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 격려받고 더 큰 꿈을 꾸는 기회가 되길. 무엇보다 시의원, 시 직원, 공무원들이 장애인들의 일상을 담은 이 그림들을 보면서 장애를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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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말고 '조금'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어머니 이소정씨는 "딸이 자랑스럽다. 이 재능을 통해 독립된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경제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혼자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그림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엄마, 그럴려면 이젠 '코믹물' 말고 '감동물' 그려야 해"라는 '작가님'의 야무진 계획에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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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재 나래학교 교장은 "김민지 작가는 장애학생들의 롤모델이다. 나래학교엔 가장 중증의 장애학생들이 온다. 모두가 되기는 힘들지만 분명 희망이 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어떤 선생님들은 '세금 내는 장애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말씀도 하신다. 스스로 자립해 자신의 길을 열어가게 하는 것, 김 작가같은 학생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이 특수교사로서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한연숙 나래학교 진로부장 교사는 "중증장애학교에서 보기 드문, 정말 특출난 재능을 가진 학생이다. 학교에서 늘 자신보다 부족한 아이들을 더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교사로서 오늘 같은 자리가 정말 기쁘다.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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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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