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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톱랭커' 임종훈(25·한국거래소·세계 13위)이 '세계랭킹 1위' 판젠동(25)과 역대급 랠리 끝에 아깝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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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게임 초반 3점을 내줬지만 4-5까지 따라붙으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임종훈의 리시브 범실과 판젠동의 영리한 코스 공략이 이어지며 6-10으로 밀렸고 엄청난 템포의 눈부신 불꽃 랠리 끝에 아깝게 게임포인트를 내주며 6-11, 2게임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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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것같지 않던 뜨거운 랠리, 판젠동의 드라이브가 테이블을 벗어났고 임종훈이 6-3으로 앞서나갔다. 팬들의 우레같은 갈채 속에 WTT 해설자는 "팬들의 티켓 값이 전혀 아깝지 않는 환상적인 플레이"라고 극찬했다. 임종훈은 자신감이 넘쳤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홈팬들의 "짜요!"함성이 뜨거워졌지만 임종훈은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8-5로 점수를 벌렸다. 그러나 또다시 이어진 랠리에서 로빙볼 대결 끝에 판젠동이 포어드라이브를 날리며 8-6으로 따라붙었고,. 랠리를 따낸 후 멘탈을 잡은 판젠동의 기세가 올랐다. 8-8으로 따라붙더니 9-8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임종훈이 "자신 있게" 하라는 주세혁 감독의 주문대로 꼿꼿한 정신을 유지하며 10-9, 게임포인트를 가져왔다. 그러나 듀스 게임에서 판젠동이 2연속 득점하며 12-10으로 승리했다.
5게임도 팽팽했다. 포핸드, 백핸드 맞대결이 점입가경. "과감하게!"하라는 주세혁 감독의 주문이 이어졌고, 임종훈은 2-4로 밀리던 포인트를 4-4 원점으로 돌렸다. 판젠동의 톱스핀 공격이 성공하자 임종훈이 포어드라이브로 응수했다. 강력한 백으로 상대 공격을 받아치며 6-5, 7-5로 경기를 뒤집었고, 포어드라이브 랠리의 압박을 이겨내며 8-5, 3점차로 점수를 벌렸고 결국 11-8로 승리했다.
6게임에서도 눈부신 플레이가 이어졌다. 2-2 상황에서 빛의 속도로 오간 두 차례 랠리의 승자는 임종훈이었다. "정말 쇼킹하다. 엄청난 에너지, 이 랠리를 믿을 수 없다"는 해설자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4-2, 7-5, 백핸드 공격에 판젠동의 범실이 이어졌고 임종훈의 "초레이!"가 울려퍼졌다. 11-6으로 가져왔다. 게임스코어 3-3,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운명의 7게임 도전자 임종훈은 강공으로 나섰다. 2-2, 3-3, 4-4,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흐름, 그러나 리시브 미스로 4-5, 역전을 허용한 후 판젠동이 기세를 가져갔다.
판젠동이 내리 3득점하며 4-7로 밀리던 상황에서 임종훈이 1점을 만회하자 다급해진 중국 벤치가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종훈이 톱스핀으로 상대 테이블 구석을 공략하며 7-6으로 따라붙었다. 이어진 백드라이브 공격, 8-8 다시 균형을 맞췄다.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경기, 그러나 세계 최강 판젠동이 긴장감을 이겨내며 매치포인트를 가져갔다. 9-11, 판젠동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법한, 천신만고 끝의 결승행, 임종훈으로서는 너무도 아까운 패배였다.
대전 동산중고 출신 실업팀 KGC인삼공사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온 '왼손 에이스' 임종훈은 3월 말 항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장우진에 이어 2위로 가볍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WTT 챔피언스 출전 직전 '레전드' 유남규 감독이 이끄는 부산 연고의 한국거래소로의 이적을 알린 후 눈부시게 날아올랐다. 일본 톱랭커, 유럽 톱랭커에 이어 세계 최강 판젠동을 긴장 시키는 월드클래스다운 눈부신 랠리를 펼쳤다.
한편 임종훈-판젠동에 앞서 열린 리앙진쿤(중국·세계 7위)-린윤주(대만·세계 10위)의 준결승에선 혈투 끝에 리앙진쿤이 게임스코어 4대2(5-11, 9-11, 11-5, 14-12, 8-11, 4-11)로 승리했다. 전세계 남녀 32강 '별들의 전쟁' WTT 챔피언스 결승전은 결국 중국 선수간 맞대결로 귀결됐다. 이번에도 비록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지만 역대급 균열을 내는 데는 성공했다. '졌잘싸'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