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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잘 싸웠다. '기적'이 아닌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낸 값진 은메달이다.
인도를 꺾은 한국의 기세는 매서웠다. 경기 전 인도 기자는 대한카바디협회 관계자를 찾아와 '인도를 꺾은 비결'을 질문했다. 그 정도로 인도에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 기세를 이어 이란을 상대했다. 상대 수비수를 잡아내며 먼저 선취점을 올렸다. 이후 승부는 팽팽했다. 이란이 수비에서 여러 차례 한국 공격수를 잡아냈다. 전반전을 8-10으로 뒤진 채 마쳤다. 공격 실패로 선수들이 잇달아 빠진 상황에서 고전했다. 이란이 기세를 올리며 15-8로 달아났다. 점수는 서서히 벌어지면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했다. 카바디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한다. 한국 카바디를 대표하는 이장군(26·벵골 워리어스)의 경우에는 인도 프로리그에서 슈퍼 스타다. 어딜 가든 팬들이 따라 붙을 정도. 연봉이 1억1000만원이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고액 연봉을 받는 건 아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대표팀은 촌 외 훈련을 했다. 부산 동아대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 국가대표 12명의 선수 중 10명이 인도리그에서 뛰었지만, 그 외 선수들은 본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했다. 대학생, 헬스 트레이너, 물리 치료사 등 직업도 다양하다. 카바디 등록 선수는 17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카바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기에 등록 인원도 수시로 변경될 정도. 문병선 대한카바디협회 전무이사는 "대학교에도 100명 정도의 선수들 밖에 없고, 동아리처럼 하는 수준이다"라고 했다.
한편의 영화와 같은 값진 메달이었다. 온갖 서러움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대한체육회 준회원 단체인 카바디협회는 유니폼, 단복 등을 제공받지 못했다. 따라서 협회에서 단복을 자체 구입하여 대회를 준비했다. 부상 투혼도 있었다. 예선전을 치르면서 대다수의 선수들이 부상을 입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경기장에 나서야 했다. 자체 트레이너도 없기 때문. 준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뒤에야 자원한 물리 치료사가 따라 붙었다. 악전고투 속에서 나온 은메달.
누군가는 기적이라고 하지만, 노력의 대가였다. 팬들의 무관심 속에서 시작한 카바디 남자 대표팀은 '카바디'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제대로 알렸다. 금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의 더 큰 꿈을 향한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