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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 남자 10m 공기 권총 결선.
-금메달 소감은.
▶아시안게임 때 좋은 성적을 못내서 욕을 많이 먹었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4년 주기인 세계선수권 역시 아시안게임처럼 마지막 출전이 아닐까 싶었다. 힘겨운 승부였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즐기고 싶다.
▶마지막 한 발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3위를 확보한 뒤에도 '이만큼 한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러시아 선수의 실력이 워낙 좋았다. 마음을 비운게 슛오프까지 가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오늘 같은 승부는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큰 점수차를 뒤집은 소감은.
▶결선에 8명이 들어가는데, 한승우, 이대명이 함께 들어와 우리 중 한 명이 메달을 딸 것이라는 것에 안도가 됐다. 후배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힘이 됐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후배들과 결선에 함께 오르니 마음은 더 좋고 편안했던 것 같다. 결선 초반 8점대를 쏘며 실수를 할 때 러시아 선수가 잘 쏘길래 '오늘 절대 못 이겠구나' 생각도 했다. 운이 따랐던 것 같다. 개인전 성적 뿐만 아니라, 한국 사격이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떨쳤다고 생각한다. 함께 고생한 코치님들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던 것 같다. 후배들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남기고 싶다.
-힘겨운 본선을 치렀는데, 경기 중 스스로 주문을 외우는 것 같더라.
▶어제까지만 해도 잘 맞던 과녁이 힘겹게 맞았다. 개인전 뿐만 아니라 단체전에서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한 발을 쏠 때마다 '평생 후회할 수도 있는 한 발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신중하게 쐈다.
-리우올림픽 50m 권총 결선 당시 6.6점을 쏘고도 금메달을 따낸 기억이 있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스스로 최면을 거는게 맞지 않나 싶다. 경기 초반 탈락 위기에 놓이다보니 욕심을 버리게 되더라. 욕심을 부리면 긴장이 커지고 실수도 나오는데, 초반에 8위로 처진 순간 '내가 또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고 많이 내려놓게 됐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내 기술이 제대로 나온 것 같다. 초반부터 밑으로 처지는게 좋지 않은 것이지만, 이번에도 욕심을 버리게 하는 한 발이 나온 것 같다.
-아시안게임 부진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는데, 눈물의 의미와 연관이 있나.
▶운이 없었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는게, 식사 관리를 잘했음에도 장염에 걸렸다. 5일 동안 고생을 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너무 속상했다. 대회 뒤 곧바로 세계선수권이었던 점도 부담스러웠다.
-단체전 우승 비결은.
▶내가 쏜 한 발이 후배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선수들이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만들어준 창원시의 덕도 컸던 것 같다.
-도쿄올림픽을 향한 각오는.
▶오늘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웃음). 그저 즐기고 싶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