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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그래도 조금 잘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경기 뒤 이대훈은 "금빛찬란한 올림픽이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패자부활전에서는 응원해주신 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이제 선수 생활은 은퇴한다. 지난해 올림픽이 열렸다면 올해 전국체육대회 등을 뛰고 마무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올림픽을 기다리기에는 좀 그럴 것 같다. 앞으로 공부하면서 선수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길고도 험했던 도전의 막을 내렸다.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0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12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가대표 자리를 지켰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세계태권도연맹(WT) 올해의 남자 선수에도 무려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포기는 없었다. 이대훈은 도쿄에서 '올림픽챔피언'을 향한 마지막 출격에 나섰다. 하지만 하늘은 이번에도 이대훈을 외면했다. 그는 25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A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16강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에 19대21로 패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패배. 이대훈은 끝내 고개를 숙였다.
기사회생 기회가 있었다. 이대훈은 라시토프가 결승까지 오른 덕에 패자부활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패자부활전은 결승 진출자에게 패한 선수들에게 다시 입상 기회를 주는 제도. 다만, 이대훈은 오후 7시부터 9시15분까지 불과 135분 사이에 세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대훈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세이두 포파나(말리)와의 첫 판에서 11대9로 승리했다. 오후 7시56분 미르하셈 호세이니(이란)와 두 번째 패자부활전에서도 30대21로 웃었다.
파이널 매치. 이대훈은 오후 8시45분 자오솨이(중국)와 격돌했다. 이대훈은 몸통 부위 발 공격으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체력적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후반부 상대에 연달아 득점을 허용하며 패했다. 마지막 올림픽. 해피엔딩을 원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시안게임 선발 됐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10년 후에는 지금 도쿄올림픽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만약 올림픽이 지난해 열렸다면 경기 감각은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과론적인 것이다. 가족들에게 메달 하나 들고 가겠다고 했는데 미안하다. 이 부분은 다른 분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예전의 이대훈 모습을 보이지 못해 걱정했다. 그래도 좋았던 때의 이대훈으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열심히 했던 선수로. 내 경기는 끝났지만 아직 한국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지바(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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