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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아시안게임을 오직 '군 면제 대회'로 생각하지 않기를.
권순우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경기 후 '난동'에 가까운 행동을 하며 전세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단순히 개인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져서 화가 나 라켓을 부쉈을까. 권순우는 수많은 대회를 나가며 우승도 해보고, 예선 탈락도 해보는 등 많은 경험을 했다. 프로 선수이기에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웠을거고, 실제 평소 승패를 떠나 굉장히 '나이스'하고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칭찬을 받았다.
결국 하나다. 군대 문제다. 권순우는 26세다. 그런데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테니스 선수로 정점을 찍고 있는 20대 중후반에 1년 반에서 2년을 '날린다'고 생각하면, 그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너무나 간절한 무대였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법적 무대'다. 그리고 난이도가 쉽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확률이 모든 종목 훨씬 높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실력이 무르익지 않았고, 2020 도쿄 올림픽 무대는 벽이 너무 높았다. 그런 권순우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병역 문제를 해결할 천금의 기회였다. 그리고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랭킹, 실력으로 봤을 때 유력한 단식 우승 후보였다.
권순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홍성찬과 짝을 이룬 복식에서 4강에 진출했다. 복식 금메달도 똑같이 병역 혜택을 받는다. 권순우가 끝까지 집중의 끈을 놓치지 않는 이유다.
4강, 결승은 더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권순우가 아시안게임을 오직 '병역 면제용' 대회로만 여긴다면 삼레즈전 같은 경기가 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안그래도 전국민적 질타를 받은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아닌 압박을 준다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국가를 위한 경기를 해야지, 군 면제만을 위해 뛴다면 이는 지켜보는 국민들이 더 잘 안다.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응원과 축하의 박수를 받을 수 없다. 권순우가 남은 복식 경기를 즐기기 바란다. 그러면 결과는 따라온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