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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녀의 '저세상 쿨함'이 전 세계의 감성을 꿰뚫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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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는 지난 7월 28일(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김예지는 경기 때의 날선 모습과 대비되는 엉뚱발랄한 인터뷰 때문에 국내 매체들에만 주목받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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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세계신기록' 그러나 총을 내리고 탄창을 분리한 채 왼쪽 눈가리개를 '틱' 올려 점수를 확인한 김예지는 웃지 않았다. 표정변화 없이 총을 정리한 뒤 오히려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미련없이 돌아섰다. 마치 암살 임무를 마친 킬러의 냉정한 뒷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 모습에 세계인의 감성이 제대로 저격당했다. 영상을 올린 이용자는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주인공다움 모습이다. 그녀는 세계 최고기록에도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너무 무심하고 신비스럽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코멘트였다. 영상 조회수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테슬라(CEO)이자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반응했다. 그는 영상에 직접 '액션영화에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따윈 필요치 않다'고 감탄어린 코멘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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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네티즌을 더욱 열광하게 만든 것은 마치 암살자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표정과 대비되는 반전 매력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 경기 때 달고 나온 귀여운 '코끼리 인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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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뉴미디어'인 SNS를 통해 폭발적인 화제가 되자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도 본격적으로 김예지의 '저세상 쿨함'에 빠져 들었다.
미국 CNN은 31일 스포츠 섹션 메인으로 '인터넷이 세계 신기록을 쓴 한국의 올림픽 사격 선수에게 반했다'라며 김예지와 그를 둘러싼 SNS의 뜨거운 관심에 관해 소개했다. 이 매체는 김예지에 대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지고, 무심하게 세계 기록을 깬 인터넷 스타'라면서 2024 파리올림픽 주요 인물로 꼽았다.
특히 CNN은 김예지의 패션 센스와 스타일에 대해 "(돌려 쓴) 모자와 안경은 사격에서 단지 기능적인 장식품일 뿐이지만, 런웨이에 나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며 "영상 속의 김예지는 짧은 단발머리에 모자를 반대로 쓴 채 사격용 글래스를 통해 강철 같은 시선으로 표적지를 응시하고 있다. 마치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다"라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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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의 매력에 빠진 레거시 미디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올림픽 팬들이 파리 올림픽 은메달을 수상한 한국의 총잡이 김예지를 향해 '세상에 없던 쿨한 인물'이라며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유력 매체 '더 가디언' 역시 김예지의 세계신기록 영상을 소개하며 "단발머리를 검은색 모자 안에 우겨넣은 채 터미네이터 스타일의 안경을 쓰고 총알을 발사했다. 노력의 성과가 신기록이라는 결과로 화면에 나타났지만, 무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고 표현하며 김예지를 둘러싼 SNS상의 열광 트렌드를 자세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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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파리 올림픽 최고의 화제인물로 갑자기 뜨게 된 김예지는 2일 주종목인 권총 25m에 출전한다. '냉혈악당 포스'를 뿜어내며 세계신기록을 쓴 '전설의 영상'에 나온 바로 그 종목이다. 이제 전 세계의 응원을 받게 된 김예지가 과연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