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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세계 24위'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의 금빛 여정은 도장깨기의 연속이었다.
김유진은 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라운드스코어 2대0(5-1 8-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감동이었다. 1m83의 키에 57㎏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선 극심한 감량의 고통은 '필연'이다. 금메달을 따고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삼겹살에 된장"을 외쳤다. "삼겹살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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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달후보에 김유진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랭킹은 숫자에 불과했다. 2023년 로마그랑프리 3위, 아시아선수권 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던 김유진이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김유진은 "정말 너무 행복하고 또 제 개인적인 명예나 또 종주국 자존심에 보탬이 되어서 스스로에게 너무 잘했다는 말해주고 싶고 오늘 정말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또 "여태껏 해왔던 과정을 돌아보면 내가 이까이거 못하겠어 이러면서 도전했다. 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했고 즐기자는 마인드로 했다. 준비를 너무 힘들게 했기 때문에 나 자신한테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잘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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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깨기 이야기를 꺼내자 김유진은 "랭킹이 높다고 막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그런 건 아예 신경도 안 썼다"고 쿨하게 답했다. "그냥 계속 나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 자신만 바로 잡았던 것 같다"며 금메달 비결을 밝혔다.
그리고 "내겐 반전이 아니다. 오늘 몸 푸는데 몸이 너무 좋아서 혼자 속으로 '일 내겠다' 생각했다"며 웃었다. "오늘이 태권도 하면서 몸이 제일 좋은 날이었다"고 했다. 얼마나 힘들게 훈련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운동을 관두고 싶을 만큼"이라고 즉답했다.
김유진은 "하루 세탕씩 훈련했다. 한탕 나갈 때마다 정말 지옥길 가는 것처럼 했다. 모든 선수가 그랬겠지만 정말 내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였다. 한번에 2시간씩, 하루에 발차기만 만번은 넘게 찬 것같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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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의 여자태권도 금메달이다. 파리올림픽 대한민국의 13번째 금메달, 역대 최다 메달 타이다.
이제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김유진은 "LA올림픽도 도전하고 내년 세계선수권 대표가 되는 게 목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8일 박태준, 9일 김유진의 연속 금메달로 태권도 대표팀 분위기는 최고조다. 그는 "태준이가 어제 스타트를 잘해줘서 분위기가 좋다, 남은 선수들도 정말 잘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박태준은 김유진의 대련 파트너를 자청하며 금빛 기운을 불어넣었다. "태준이가 한손을 다쳤는데도 양손을 번갈아 가며 잡아주더라. 너무 고맙다. 태준이가 긴장하지 말라고 별 거 아니라고 그냥 즐기라고 했는데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유진에게 세계랭킹이란?'이란 질문에 "별거 아니야! 랭킹은 그냥 숫자"라고 답했다.
고민하는 수많은 후배들을 향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올림픽 별 거 아니야! 너네도 할 수 있어!" 쿨한 한마디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