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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역할은 선수가 내뻗는 주먹을 미트(글러브)로 받아내는 미트트레이너였다. 링 위에서 선수를 길러내는 주역인 셈. 지인 이상봉씨에 따르면 고인은 끝에 스펀지를 감은 플라스틱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선수들의 순발력을 기르려고 애썼다.
이때 배출한 대표적인 선수가 1982년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KO패한 뒤 나흘 만에 숨진 김득구 전 OPBF 라이트급 챔피언이다. 고인은 2023년 1월19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 출연해 "운동 가르치다 보면 한눈에 나타나요. '저 놈 가르치면 선수 되겠다'. 김득구 선수가 말도 잘 듣고 열심히 했어요. 다른 선수들보다 근성이 있어요. 깡이 있다고 할까? 농땡이 잘 안 쳐요. 혼자라도 열심히 하고 그래요. '아, 요놈은 열심히 시키면 되겠다' 싶었죠"라고 회상했다.
이 밖에도 김환진 전 W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박종팔 전 WBA 슈퍼미들급 챔피언, 박찬영 전 WBA 밴텀급 챔피언 등을 길러내며 '한국 최고의 미트트레이너'로 꼽혔다.
고인은 동아체육관이 문을 닫은 뒤 2000년대 들어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동아권투체육관'을 차렸지만, 복싱 인기가 사그라든 탓에 "4라운드 프로복서도 배출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고 지인 김광수 관장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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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