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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도 엄마가 만든 의상 입고 연기…트리플 악셀도 도전"
1년의 세월을 오롯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준비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김채연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대학 진학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며 "대학교에 입학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올림픽 준비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 스스로 결정했고, 부모님도 내 뜻을 응원해주셨다"며 "내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리고를 졸업한 김채연은 이제 학생 신분이 아닌 '경기일반' 소속으로 뛴다.
김채연처럼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 다수의 입상 경력을 가진 피겨 선수가 운동을 위해 대학 진학을 미룬 예는 드물다.
국내 톱클래스급 선수들은 대부분 체육특기생으로 주요 대학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빙상계 관계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국내 피겨 선수가 대학 진학을 미룬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선 '김채연다운 결정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김채연은 목표 의식이 매우 뚜렷한 선수"라며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사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그랬다.
김채연은 연기 막판 왼쪽 종아리 근육 경련 증세에 시달렸다. 근육이 뒤틀리기 시작했고, 통증은 심해졌다.
그러나 김채연은 고통을 꾹 참고 마지막 연기 과제인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실수 없이 처리했다.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고통이 따랐으나 끝까지 버텨내 개인 최고점을 받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채연은 "훈련할 때는 가끔 근육 경련 증세가 나타난 적이 있는데 경기 때는 처음이었다"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마음에 욕심이 나서 (다리에)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행히 점프 과제를 모두 처리한 뒤 통증이 시작됐고, 끝까지 버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이어갔다"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1, 2차 선발전과 아시안게임, 사대륙선수권대회까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김채연은 다음 달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기세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던 김채연은 2년 연속 수상을 노린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이상 입상한 국내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김채연은 "이번 대회엔 올림픽 국가별 쿼터가 걸려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싶다"며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개인 최고점(222.38점)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현재 흐름이라면 가능해 보인다.
김채연은 이달 중순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219.44점을 획득해 당시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최고점(208.47점)을 10점 이상 넘어섰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 만에 출전한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공인 최고점을 세웠다.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면 한국 신기록 경신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의 ISU 공인 최고점은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세운 228.56점이다.
김채연의 도전이 의미 있는 건, 그의 성장 과정에 김연아의 땀방울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직접 훈련지를 찾아 김채연의 안무 동작 교정 작업을 돕고 많은 조언을 남겼다.
김채연은 "김연아 언니가 연기 지도를 해줬다"며 "특히 안무 동작 포인트를 봐줬는데, 감정을 넣어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김채연이 최고 성적을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채연은 2023-2024시즌 ISU 공인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60점 초·중반대 예술점수(PCS)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선 68.49점,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선 70.09점을 받으며 개인 최고점 경신의 밑바탕이 됐다.
김채연은 "앞으로 기술적인 요소는 물론, 예술적인 요소도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며 "완벽한 연기를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훈련했다"면서 "아직 완벽하지는 않은데,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좀 더 훈련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시즌 구상은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정리할 참이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의상을 입고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김채연은 대학 시절 의상 제작을 전공한 어머니 이정아 씨가 직접 만든 의상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김채연은 "엄마가 만들어준 옷을 입고 뛰면 매우 든든하다"며 "엄마 옷을 입고 꿈의 무대를 밟고 싶다"고 각오를 새겼다.
cycl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