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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은 동계올림픽 때 경기로 적극 선거운동 어려움 한계
원윤종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문대성(태권도)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탁구)의 뒤를 이어 세 번째 한국인 IOC 선수위원으로 도전하게 된 것이다.
국내 IOC 선수위원 후보를 뽑는 체육회 평가위원회의 면접은 비공개로 진행된 가운데 원윤종은 차준환에 상당한 점수 차로 낙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위원 9명은 선수 경력과 선수위원으로 갖춰야 할 소양, 외국어 소통 능력, 본선에서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항목별 점수를 매겼고, 이중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를 뺀 점수 합계로 1순위 후보를 결정했다.
접전 예상을 깨고 원윤종이 높은 점수로 IOC 선수위원 국내 후보로 선택받은 이유는 뭘까.
평가위원들이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진 가운데 동계올림픽 기간 선거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지에서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싱글에서 금메달을 딴 차준환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면 경기에 집중하느라 IOC 선수위원 후보로서 선거운동에 집중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동계올림픽은 경기장이 5개 지역에서 분산돼 있어 차준환으로선 자신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원윤종은 현역 선수가 아니어서 선거운동 기간 발품을 팔아 많은 선수와 접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평가위 만장일치로 국내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되고도 본선에선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낙선했던 '골프 여제' 박인비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다.
박인비는 2023년 8월 김연경(배구), 이대훈(태권도), 진종오(사격), 김소영(배드민턴)을 따돌리고 국내 후보로 선정됐으나 본선에선 선거에 참여한 29명 중 18위에 그쳤다.
골프가 116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해 오래된 올림픽 종목 선수들과 비교해 인지도가 떨어진 데다 박인비가 임신한 상태여서 제대로 선거운동을 못 했다는 게 패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원윤종은 동계올림픽 기간 매일 25㎞ 이상 걸어 다니며 최대한 많은 선수를 만나는 한편 유승민 체육회장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전략이 평가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승민 회장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현장 곳곳을 누비는 총력전으로 예상을 깨고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윤종이 차준환보다 13년 선수 생활로 경험에서 우위를 보인 데다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윤종은 작년 파리 올림픽 직후인 8월부터 7개월간 매일 도서관을 찾아 평가위원 면접을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어 면접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캐나다 캘거리로 1년 어학연수를 다녀온 데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선수위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IOC 선수위원 면접에 참여했던 한 평가위원은 "차준환은 영어 발음이 좋았지만, 원윤종 역시 영어로 답변할 때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면서 "누가 되더라도 손색이 없는 후보들이었다"고 전했다.
이 평가위원은 이어 "본선 경쟁력과 준비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원윤종이 강점이 있었다"면서 "특히 원윤종은 선거운동 계획을 포함해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원윤종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우리나라 대표팀의 파일럿으로 4인승 은메달을 이끈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봅슬레이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그는 봅슬레이·스켈레톤뿐만 아니라 아이스하키를 비롯한 다양한 종목 선수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제 그는 내년 1∼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예정된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IOC 선수위원과 관련된 자료를 검색하는 한편 본선에서 당선되기 위한 선거 전략 짜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하고 있다.
'준비된' 후보인 원윤종이 끊어진 한국인 IOC 선수위원의 명맥을 이을지 기대된다.
chil8811@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