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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인들이 퇴근할 무렵 서울 반포종합운동장 한쪽에선 미식축구와 비슷한 듯 조금 다른 스포츠로 구슬땀을 흘리는 한 무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일명 미식축구의 동생 격인 '플래그 풋볼' 선수들이다. 아직 일반인들에겐 낯선 플래그 풋볼이지만 2028년 미국 LA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플래그 풋볼은 미식축구의 미니 버전으로 태클과 블로킹을 앞세우는 미식축구 보다 덜 과격하다. 헬멧 등 보호장비가 없다. 공을 가진 선수들이 허리에 플래그(깃발)를 달고 빼앗기지 않은 상태로 상대 진영으로 공을 갖고 밀고 들어가면 점수를 획득하는 식이다. 수비하는 쪽에선 플래그를 빼앗으면 공격을 멈출 수 있다. 경기 규칙은 미식축구와 거의 같다. 공격하는 쪽은 네 차례의 공격권을 갖고 네 번 내에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전진시켜 필드 중앙의 하프라인을 넘어서야만 다시 네 번의 공격권을 얻게 된다. 이때 네 번 안에 공격해 공을 상대 엔드존으로 들어가게 되면 '터치다운'으로 6점을 획득한다. 터치다운을 하면 추가 득점 기회가 주어지며 선택에 따라 1점 혹은 2점 '트라이'를 할 수 있다. 반대로 8회 안에 공격으로 터치다운을 못하거나 수비수가 공을 인터셉트 하면 공수가 바뀐다. '패싱'이나 '러닝' 전술은 미식축구와 비슷하다. 양팀은 5명씩으로 맞대결한다. 미식축구와 달리 '라인맨'이 없다. 태클이 불가능하며, 경기장 사이즈도 미식축구 필드 보다 매우 작다.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선 플래그 풋볼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아시아 등으로 보급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미식축구협회가 하위 조직으로 한국플래그풋볼연맹을 설립 후 연맹의 주도로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남녀대표팀도 구성돼 있고, 2004년부터 꾸준히 세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선 일본, 태국 등과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플래그 풋볼 팀은 총 30여팀 정도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라이거즈, 랩터스, 팀범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모든 선수들이 전업 선수가 아닌 직장인이나 학생이다. 플래그 풋볼이 좋아서 일과를 마친 후 모이거나 주말에 시간을 쪼개서 훈련하고 또 대회에도 참가하는 식이다. 대학팀으로 팬서스 등이 있다. 고교 팀으로는 우승을 많이 한 이우고(성남), 청심국제고, 충남삼성고, 외대부고 등이 있다. 연맹이 플래그 풋볼 홍보와 보급에 노력하고 있는 것에 비해 팀수나 등록 선수 수는 폭발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플래그 풋볼의 참맛을 본 경험자들은 재미있고 강렬함에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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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LA올림픽의 출전권을 어떻게 배분할 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서가은을 비롯한 다수의 플래그 풋볼 선수들은 일과를 마친 후 반포종합운동장에서 야간 훈련을 진행할 때가 많다. 선수들은 소속 클럽팀으로 리그전을 치르고, 또 국가대표 선발 등을 통해 국가대항전도 나간다. 올해는 플래그풋볼 아시아 오세아니아 선수권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2026년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서가은은 "(주변에서 걱정하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나의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