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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스포츠('반상의 역주행' 이지현·강동윤, 삼십 대…)

기사입력 2025-04-09 10:05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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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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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의 역주행' 이지현·강동윤, 삼십 대 프로기사의 반란

박정환·원성진·안성준·김정현도 랭킹 10위 이내 포진

체력 운동으로 공부 시간 늘면서 전성기 기량 회복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두뇌 스포츠로 불리는 바둑은 이십 대가 최전성기다.

과거 선수층이 엷었던 시절에는 30대는 물론 40대에도 종종 우승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삼십 대 프로기사가 결승에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바둑의 절대 강자인 신진서(25) 9단은 만 18세이던 2018년 11월 처음 한국 바둑랭킹 1위에 올랐다.

이후 박정환(32) 9단과 선두 경쟁을 벌이다 만 19세인 2020년 1월부터 지금까지 64개월 연속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대회에서도 상대가 없어 보이는 신진서는 최근 인터뷰에서 "서른 살 이후에도 우승하는 기사가 되고 싶다"며 오랜 기간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싶은 소망을 드러냈다.

그런 신진서가 최근 삼십 대 기사에게 타이틀을 헌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일 열린 제26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이지현(32) 9단이 신진서를 불계로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2010년 프로 입단한 이지현이 대회를 3연패를 노렸던 신진서를 물리치고 5년 만에 맥심커피배 정상에 복귀한 것이다.

결승전을 앞두고 대부분 바둑 전문가가 신진서의 우승을 점쳤지만, 이지현은 신진서의 대마를 잡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KO승을 거뒀다.

이지현은 우승 직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더 기쁜 것 같다"며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은 이지현은 남들이 하락세에 접어들 나이에 바둑 랭킹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3월 랭킹에서 개인 최고인 5위에 올랐던 이지현은 4월 랭킹에서는 한 계단 더 뛰어오른 4위가 됐다.

올 시즌 23승 4패, 승률 85.19%로 다승은 신진서(23승 3패·승률 88.46%)와 공동 1위, 승률은 2위에 올라 있는 이지현은 5월 랭킹에서는 순위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현 9단 못지않게 강동윤(36) 9단의 올 시즌 활약도 화제다.

강동윤은 지난 3일 끝난 2024-2025 KB바둑리그 정규리그에서 11승 3패로 다승 1위를 차지하며 소속팀 영림프라임창호를 챔피언결정전으로 견인했다.

2002년 프로 입단한 강동윤은 22년 차의 베테랑 기사다.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도 9번이나 차지했다.

하지만 삼십 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승부사'로서 인생은 끝이 났다는 전망이었지만 지난 3월 랭킹에서 무려 12년 만에 3위에 복귀했다.

강동윤은 4월에도 3위를 지키며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까지 다짐하고 있다.

한국기원이 발표한 4월 랭킹에서는 강동윤과 이지현뿐만 아니라 2위 박정환, 8위 원성진(39), 9위 안성준(33), 10위 김정현(33) 등 삼십 대 기사가 6명이나 포진했다.

한물갔다는 삼십 대가 최전성기인 이십 대를 오히려 압도하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바둑TV 해설을 맡고 있는 최명훈 9단은 "최근 활약하는 삼십 대 기사들은 대부분 운동을 철저히 하면서 체력을 기른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최 9단은 "일부 선수는 즐겼던 술·담배를 아예 끊고 헬스클럽에서 주 5일 이상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면서 이십 대 기사에게 밀리지 않는 기량을 유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체력이 향상되면서 공부 시간도 늘어났다는 삼십 대 프로기사들의 역주행은 이십 대와 십 대 기사들에게도 큰 자극을 주면서 한국 바둑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shoeles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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