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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생애 첫 수훈선수" 울컥한 김하경, 두번 울지 않은 라자레바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1-02-25 09:54 | 최종수정 2021-02-25 11:53


맹활약한 기업은행 세터 김하경. 사진제공=KOVO

[화성=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인터뷰? 데뷔하고 처음이다. 올시즌에 인터뷰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는데…"

데뷔 3년만의 방출, 실업배구 생활. 그리고 2년만의 복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두번째 세터' 김하경은 울컥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경기 패배 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안나 라자레바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기업은행은 24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전에서 3대0 완승, 도로공사를 누르고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이날의 히어로는 김하경. 기업은행은 10점 차이로 앞서던 1세트 후반 흥국생명 이한비에게 맹폭을 허용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1세트는 가까스로 따냈지만, 2세트 초반 리드를 허용했다.

이때 김우재 감독은 주전 세터 조송화 대신 김하경을 투입했다. 흐름을 바꾼 한수였다. 김하경은 적극적으로 김희진 김수지의 속공을 활용하는가 하면, 안나 라자레바, 김주향 등 날개 공격수들과도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두 차례의 패스페인트로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김하경은 이날의 수훈선수로 선정, 방송 및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데뷔 6년만의 첫 인터뷰, 김하경은 생애 첫 인터뷰에 감격하던 '김유리(GS칼텍스 Kixx)의 눈물'에 대해 묻자 "나도 그 인터뷰 보면서 같이 울었다"며 마음속 깊이 공감했다.

김하경은 이재영 이다영 하혜진 전새얀 등이 입단한 2014~15시즌 신인 드래프트 출신이다. 하지만 다른 유명선수들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2016-17시즌이 끝난 뒤엔 방출, 실업배구 대구시청에서 뛰었다. 하지만 2019~20시즌을 앞두고 세터진 부족을 느낀 김우재 감독이 과거 인연이 있었던 김하경을 다시 불러들였다.

프로 복귀 후의 행보도 쉽지 않았다. 김하경은 이나연, 조송화에 밀려 2년 연속 백업 세터에 머물렀다. 그것도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의 존재감이었다. 조송화가 뜻하지 않은 발열로 결장한 4라운드 GS칼텍스 전에서는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맥없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전까지 출전 경기는 8경기, 13세트에 불과했다.


김하경(오른쪽)을 비롯한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승리에 기뻐하고 있다. 화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24/

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김우재 감독은 "(김)하경이는 절박함을 아는 선수다. 잘 견디고 이겨내줘서 고맙다. 자신있게 하라고 했는데, 잘해줬다. 기회가 왔을 Œ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라자레바도 "오늘 김하경이 블로킹을 잘 따돌려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김하경은 "오늘 라자레바와 잘 맞아서 다행이다. 연습 때마다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맞춘 덕분"이라며 "김사니 코치님께 많이 배우고 있다"고 영광을 돌렸다.

하지만 '데뷔하고 첫 수훈선수인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하경은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김하경은 "아까 방송에서도 울뻔했다. 사실 살짝 눈물 흘렸다. 프로를 떠났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이렇게 다시 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라며 울컥했다. "팀원들, 엄마아빠, 주위 사람들 모두 고맙다. 인터뷰실에 오게 될 거라 생각을 못했다. 인터뷰가 오늘 경기보다 더 떨렸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라자레바는 올시즌 메레타 러츠(GS칼텍스) 발렌티나 디우프(KGC인삼공사)와 더불어 득점 1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지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전에서 기막힌 역전패를 당하자 눈물을 보여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라자레바는 "그날은 많이 속상했다. 이길 수 있었는데 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만큼은 활짝 웃었다. 라자레바는 "시즌 막바지라 힘들긴 하다. 매라운드 한군데씩 아프던게 지금은 한꺼번에 아프다. 소고기 많이 먹고 힘내겠다"고 강조했다. 27일 도로공사 전 켈시 페인과의 맞대결에 대해서는 "싸워서 승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승리로 기업은행은 봄배구 마지노선인 3위로 뛰어올랐다. 김하경은 "아직 뛰어보진 않았지만, 봄배구는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라며 "팀원들 믿고 뛰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겠다"며 미소지었다.


화성=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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