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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왜 우린 아무도 시상대에 못 올라갈까'라며 푸념하던 시절도, 봄배구가 소원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차곡차곡 쌓아올린 팀워크로 일을 냈다. GS칼텍스 Kixx는 올시즌 여자배구 역사상 첫 트레블(KOVO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단일 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강소휘는 챔프전 3차전 막판 발목 부상을 당해 경기는 물론 우승 세리머니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우승한 날 밤에 시합하는 꿈을 꿨어요. 눈을 딱 떴을 때 '아침 먹고 훈련 가야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우승했더라고요. 맘껏 잤죠"라며 못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숙소에 나란히 놓인 3개의 우승 트로피는 찬란히 빛났다. 차 감독으로선 팀을 맡은지 5년만에 누린 감격. 그는 "배구사에 영원히 남을 '최초' 기록을 세웠다는게 가장 뿌듯하네요"라며 웃었다. 이소영은 2년차 시절인 2013~14시즌 이후 7년만, 강소휘는 데뷔 첫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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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소영과 강소휘는 시즌이 끝난 기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컸다. 두 사람은 '밖으로 놀러가고 싶다. 감독님과의 거리는 멀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GS칼텍스 훈련장은 산속에 있다. 창밖으로 상쾌한 호수뷰가 돋보이지만, 도심과의 거리는 멀다.
차 감독은 배구 내적으론 '타노스'보다 더 무섭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적인 평. 대신 일상 속에선 'GS여고'의 담임선생님처럼 활발한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잘 웃고, 어린 선수들과도 유쾌하게 어울린다. '절친'은 단연 김유리다.
"(김)유리가 나한테 장난을 잘 쳐요. 이 현도 만만치 않죠. 권민지도 상당히 '똘끼'있는 캐릭터라고 하던데(차상현)."
"(권)민지가 진짜죠. 전에 경기 끝나고 하루 외박이 주어졌는데, 그날 민지가 좀 잘했거든요. 감독님께 전화해서 '오늘 저 잘했죠? 저희 3박 주세요!' 해서 기어이 받아냈어요(강소휘)."
"감독님 얼굴 좀 보세요. 팔짱 끼고 어두운 표정 지으면 당연히 무섭죠. 대신 연습이 잘된 날은 원하는 거 다 들어줘요(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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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차 감독의 배구 철학 자체는 '올드스쿨'에 가깝다. 시즌 중엔 진한 화장도, 화려한 머리 염색도 금지다. 선수들이 외모를 꾸미기보단 경기에 집중하길 원하기 때문. 귀걸이도 2년전 봄배구 진출 때 어렵게 허락했다.
팀내 패션리더는 안혜진과 김채원이다. 이소영과 강소휘도 많이 꾸미는 편은 아니지만, 귀걸이는 최소한의 장신구라는 입장. 차 감독은 "전에 김사니가 경기 도중 공에 맞아 귀가 찢어진 걸 본 뒤로 금지시켰던 것"이라며 "귀걸이 허락하면 (구멍을)귓불에 하나 뚫을 줄 알았지, 귀 위쪽까지 몇 개를 뚫는걸 보고 깜짝 놀랐죠"라며 혀를 내둘렀다. GS칼텍스 선수들은 혹시라도 귀걸이를 다시 금지당할까봐 귀를 다치지 않게 보호구를 끼운채 경기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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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목걸이 어떠냐는 말에)너무 보기 싫던데…하더라도 헐렁하지 않게(차상현)."
"저도 목걸이 원합니다! 뾰족한 거 말고 동그란 거라도(이소영)."
차 감독은 "(이)소영이 주장의 책임감을 이겨내줘서 고맙네요. 그에 걸맞는 보상(우승, 챔프전 MVP)을 받아서 다행"이라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강소휘에게도 "컨디션이 올라올만하면 부상이 겹쳐서 정말 힘든 시즌이었는데, 고생이 많았죠. 더 성장할 기회가 됐을 거예요"라며 아버지마냥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청평=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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