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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소영이나 (강)소휘가 상대 팀에서 뛴다고 생각하면 어휴…내가 여자배구를 떠나야 하나?"
차상현 감독은 속이 탄다. 차 감독은 "오랫동안 주력 선수 변화 없이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에겐 진짜 딸 못지 않은 '내 새끼'들이다.
"요 며칠 자면서도 FA 생각을 했다. 소영이랑 (한)다혜는 신인 때부터, 소휘는 2년차 때부터 나와 함께 하며 성장해왔다. 이 녀석들이 떠날 수도 있다고 상상만 해도 우울하다. 물론 현실이 되면 적응하겠지만, 마음이 참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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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뷰 다니느라 바빠 휴대폰을 잘 챙겨보지 못하는데,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당분간 비행기 모드로 해놓을까 싶다(이소영)."
"전화 많이 오는데, 일단 안 받고 있다. 지금 이 기분을 즐기겠다(강소휘)."
두 선수의 놀리는 듯 농반진반의 대답에 차 감독은 "어우 갑자기 땀이 난다. 담배 생각난다"며 껄껄 웃었다. 말뿐이 아닌듯,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을 꺼내선 벌컥벌컥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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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감상을 물으니, 세 사람 모두 "김연경이 독하게 마음 먹은 게 보였다. 부상 투혼이 대단했다"고 입을 모았다. 챔프전 역시 승리가 확정될 때까지 '이겼다는 확신이 없었다'는 속내도 덧붙였다.
차 감독은 수석코치로 이선구 감독을 도와 GS칼텍스의 2013~14시즌 챔프전 우승을 함께 했다. 하지만 직접 사령탑으로 일궈낸 우승은 느낌이 다르기 마련. 부임 첫시즌 5위로 시작해 4-3-2-1위까지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섰다. 한땀한땀 빚어낸 선수단으로 영원히 남을 '사상 최초' 기록을 수립했다.
"선수들의 성장을 통해 영광스런 결과를 얻었다. 이번 시즌 3대0 승리는 있지만, 0대3 패배는 한 번도 없다는게 내 자부심이다. 팀이 매년 조금씩 더 탄탄해진 덕분이다.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경기도 선수들이 잘 버텨내더라. 대견하고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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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갈 길을 갔을 뿐인데, 잘 따라와준 동료들이 고맙다. 오랫동안 꿈꿨던 우승을 소휘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이소영)."
"어린 선수가 많은 팀인데 소영 언니가 잘 이끌어줘서 고맙고, 언니가 MVP 받은 것도 기쁘다. 감독님도 감독상 받으셨으면 좋겠다(강소휘)."
차 감독은 "'우승하고 싶다', '소영이가 MVP 받았으면 좋겠다' 했던 소망들이 올해 다 이뤄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씩 여자배구 판을 바꿔왔다고 생각한다. 경기 준비를 어떻게 하고, 팬들을 어떻게 대할지 참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지금 그리고 있는 또다른 그림이 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속내도 숨기지 못했다.
청평=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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