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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운동 신경은 그야말로 타고났다. 어쩌면 '야구 선수'가 됐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배구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박철우는 줄행랑을 쳤다. 2m 키의 좌완투수. 야구 선수로는 최고의 신체조건일 수 있었다. 박철우는 "그 때 공을 던졌더라면…"이란 유쾌한 상상을 하곤 했다.
배구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렇다고 쉽게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야구부가 있었는데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더라. 운동은 좋아했지만, 운동부라는 자체가 싫었다"고 말했다.
은퇴식에서 박철우는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으로 장 감독을 꼽았다. 프로에서 만난 사령탑을 한 명씩 언급하며 "감사하다"고 전했던 그는 장 감독에 대해서는 "그 권유가 없었다면 선수 생활을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운동부가 싫었던 초등학생은 한국 배구의 불멸의 레전드로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V리그 원년부터 프로생활을 한 그는 현역 시절 총 564경기에 출전, V리그 통산 6623득점, 공격 성공률 52.13%의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득점 및 공격 득점(5603점) 모두 1위다.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50점) 기록도 박철우가 가지고 있다. 그가 현역 시절 품은 우승 반지는 무려 7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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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외적으로 항상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모범이 되고 싶었다. 코트 내에서도 도리를 지킨 선수가 되고 싶었다"며 "그냥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가 아닌 사람에게 영향력을 주는 선수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철우를 겪었던 사령탑들은 "좋은 선수 뿐 아니라 좋은 사람이자 리더"라고 했지만, 박철우는 한 없이 겸손했다.
선수로서 최고를 누렸던 그였지만 마지막 순간 유니폼을 벗는 건 쉽지 않지 않았다. 함께 유니폼을 벗고 은퇴식도 함께 한 김광국은 박철우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박철우는 "지난 시즌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끝이 날 걸 알고 뛰는 게 힘들었는데 그 시간을 함께 해준 (김)광국이에게 고맙다. 많은 감정을 나눴다. 지금도 광국이와는 자주 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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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록이 '깨져야 한다'고 말했던 그는 후배에게 당부하기보다는 자신을 향한 다짐을 했다.
박철우는 "우리가 잘해야 한다. 앞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행정을 하는 시스템에 언젠가는 관여하는 시간이 있을텐데 나 자신이 아닌 선수들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배구인 모두가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승이자 '장인'인 신치용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은퇴 후 "1년은 쉬어라"라고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달려온 선수 생활. 박철우는 "가만히 있으면 뭔가 불안하다"며 지금은 배구 해설자로 배구장을 찾고 있다. 그는 은퇴식이 열리는 경기에서도 마이크를 잡았다. 박철우는 "은퇴식이라고 해서 밖에 물러나 있는 게 싫었다. 운동선수로서 생활은 끝났지만, 제 2의 인생은 잘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배구 인생 2막'의 불꽃을 그 답게 키워가고 있음을 암시했다.
수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