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기적의 리버스 스윕 '3차전 감격승' [대전 현장]

김용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4-04 21:48 | 최종수정 2025-04-04 22:00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정관장 표승주가 블로킹 득점 후 고희진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포기 없었던 정관장의 기적.

우승 가능성을 살렸다. 그리고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역대급 명승부를 함께 펼친 멋진 상대팀으로 남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날이었다. 정관장이 감독의 반전 드라마를 써내렸다.

정관장은 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2(21-25, 34-36, 25-22, 25-19, 15-11) 승리로 챔피언결정전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정관장은 5전3선승제 시리즈, 원정 인천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 홈 대전으로 내려왔다. 준우승에 그칠 위기에서 이날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긴 듀스 랠리 끝에 2세트를 승리를 가져온 김연경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강호 흥국생명이 3번째 도전 만에 우승컵을 다시 들어올릴지, 그리고 시즌 막판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배구 황제' 김연경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끝을 맺을 수 있을지의 관심이 쏟아진 경기였다. 하지만 정관장도 들러리로만 남을 수 없었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경기 전 "김연경 선수가 1경기 더 했으면 좋겠다. 전 국민이 바라지 않을까"라며 3차전 승리에 대한 의지를 재치있게 드러냈다.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김연경이 득점 후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체력을 세이브하고, 철저하게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했다. 반면 정관장은 부키리치, 박은진이 정규리그 막판 부상을 당한 뒤 천신만고 끝에 돌아왔지만 플레이오프플 치르며 염혜선과 노란의 부상이 발생하는 등 선수들이 지친 상태에서 챔피언결정전을 맞이했다. 플레이오프도 3차전까지 치른 여파가 컸다.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2세트를 아쉽게 내 준 정관장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1차전은 흥국생명의 셧아웃 승. 2차전이 중요했다. 정관장이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나가며 균형을 맞추는 듯 했지만, 김연경의 엄청난 활약에 경기를 뒤집히고 말았다. 여기서 분위기가 흥국생명쪽으로 흐르게 됐다. 김연경은 2차전 2세트까지 4득점에 그쳤지만, 결국 22득점 경기를 해내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1차전에서도 팀 최다인 16점을 몰아치며 완승을 책임졌다.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블로킹 득점을 올린 정윤주와 피치가 환호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예상대로 3차전 1세트는 승기를 잡은 흥국생명의 흐름이었다. 시작부터 5-2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정관장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갔지만 16-14 흥국생명 리드 상황이 승부처였다. 부키리치의 강한 스파이크를 리베로 신연경이 엄청난 디그로 걷어냈고, 정윤주가 마무리 하며 3점차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정관장은 여기서 급속도로 무너졌다.

하이라이트는 2세트. 마치 2차전의 압축판을 보는 것 같았다. 엄청난 명승부였다. 2세트 초반부터 흥국생명이 5-1로 점수차를 벌리며 쉽게 이기는 듯 했다. 10-5까지 앞섰다. 하지만 홈팬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은 정관장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며 10-10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메가의 블로킹으로 21-20 기적같은 역전을 만들어냈다. 이어지는 양팀의 피말리는 듀스 승부. 사실상 정관장 메가, 그리고 흥국생명 김연경의 1대1 쇼다운 매치였다. 결국 중요할 때 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2세트 듀스 랠리를 관중이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역전에 역전을 주고 받은 두 팀. 정관장은 부키리치의 득점으로 33-32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수비에 성공하며 세트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렇게 잘 때리던 메가의 공격이 흥국생명 피치의 손에 걸려 다시 동점이 됐다. 그리고 이 순간 김연경이 나타났다. 35번째, 36번째 득점을 연달아 성공시킨 후 환호했다.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정관장 부키리치가 득점 후 메가와 환호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흥국생명이 쉽게 가져갈 것 같던 3세트. 하지만 여기서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정관장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전을 시도했다. 세트 초반 8-3까지 앞서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너무나 열심히 때려준 주포 메가의 힘이 떨어졌다. 반면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아끼며 야금야금 추격에 성공했다. 결국 정윤주의 득점으로 16-16 동점이 됐고, 투트쿠의 블로킹으로 17-16 역전에 성공하며 끝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버티던 정관장도 더 버틸 수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부키리치가 마지막 투혼을 펼치겠다는 듯 공격과 블로킹에서 '미친' 활약을 선보였고 결국 정관장이 힘겹게 한 세트를 만회했다.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정관장 표승주가 블로킹 득점 후 고희진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4세트. 분위기를 탄 정관장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점수차가 10-5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김연경의 득점, 부키리치 범실, 이고은의 서브 에이스, 김수지의 블로킹이 한꺼번에 나오며 점수차가 급격히 즐어들었다. 9-10 턱밑 추격. 하지만 11-9 상황서 부키리치가 때린 공이 블로킹 벽에 막힌 후 자신의 몸을 맞고 흥국생명 코트에 떨어지는 순간, 행운의 여신이 정관장쪽으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11-15로 밀리던 상황에서 15-15 동점을 만들며 경기가 안갯속으로 빠지는 듯 했지만, 홈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정관장은 기어코 4세트도 가져와버렸다. 흥국생명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게 눈에 띄게 보였다.


'김연경 선수, 1경기 더 해야죠' 정관장의 기적, 역대급 2세트 명승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운명의 5세트. 정관장이 내리 3점을 따며 15점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미 지친 흥국생명은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정관장 선수들은 똘똘 뭉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흐름이 바뀌기란 쉽지 않았다. 13-10에서 부키리치의 서브 에이스가 성공되는 순간. 사실상 분위기는 끝이었다. 그렇게 정관장 선수들이 승리를 확정한 후, 홈팬들 앞에서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기뻐했다. 13년 만에 다시 올라온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고 감독 말대로 감동적인 경기를 해내고 말았다.

정관장은 메가가 40득점, 부키리치가 31득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은 29득점으로 맞섰지만 4세트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